지난 2월 초 미주 한인사회의 숙원 중 하나였던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 법안이 여당과 야당이 극적인 합의를 도출해내면서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투표 방법에 있어서는 다소 미흡한 점이 있지만 한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미주지역 한인들은 다음 대선과 총선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할 수 있게 됐다.
참정권 통과 이후 이곳 한인사회는 환영 일색이지만 한인사회의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인들의 한국 정치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 됨에 따라 한국 내 정치세력들의 미주지역 내 선거 캠페인이 본격화되면 미주 한인사회도 본인의 출신 지역과 정치 성향에 따라 사분오열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참정권이 통과된 직후부터 한인사회의 이같은 분열 현상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당장 석달 앞으로 다가온 미주한인회 총연합회(총연) 회장 선거만 해도 그렇다.
상징성이 강했던 총연회장 선거를 앞두고 미주 한인사회는 물밑에서 합종연횡 짝짓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벌써부터 성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마를 선언하는 인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는 인사도 여럿이다.
A 후보에게는 직접 출마를 권유하면서도 B 후보의 출마 기자회견에 지지자로 참석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는 전직 한인회장도 눈에 띈다.
총연 회장직을 희망하는 인사들은 재외동포 몫으로 주요 정당들이 배정할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한 관심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총연 회장으로 당선되면 국회의원이 되는 8부 능선은 넘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분리안이 추진되고 있는 민주평통만 해도 그렇다. 분리안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LA한인사회와 OC한인사회는 이번 일로 씻을 수 없는 앙금이 쌓이게 됐고 앞으로 주요 현안이 부각될 때 마다 양 커뮤니티가 한 목소리를 낼 것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게 됐다.
각종 단체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기존의 ‘세계 한인유권자 총연합회’(공동대표 배희철·안광준)에 이어 ‘미주 한인유권자 총연합회’나 ‘영주권자 연합회’ 같은 성격이 애매하고 활동이 중첩되는 단체들이 설립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회원 없는’ 단체들이 많은 남가주 한인사회에는 더 많은 단체와 더 많은 ‘회장님’이 양산될 것이다.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반드시 안 좋은 일도 따르게 마련이다. 참정권 실현이라는 좋은 일에 한인사회 분열이라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 아니던가. 한인사회가 더 성숙해지고 한국 내 정치권과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기 위해서는 분열 방지를 위한 지혜를 모으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정대용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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