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악화되는 경제상황 때문에 가뜩이나 생활이 어려워진 마당에 가장이 사랑하는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잇달아 발생, 사회 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다.
지난 1월27일 LA남쪽 윌밍턴의 한 가정집에서 실직 가장이 부인과 자녀 등 가족 6명을 총으로 쏴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가장은 부인과 같은 병원에서 X-레이 테크니션으로 근무하다 최근 직장상사와 분쟁에 휘말려 부부가 한꺼번에 해고되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가족 살해-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날 코비나의 가정집 성탄파티장에서 발생한 ‘산타클로스’ 총기난사 사건도 빼놓을 수 없는 엽기적인 사건이다. 이 사건 또한 실직과 가정불화가 원인으로 작용한 한 가정의 ‘비극’이었다.
가정의 파괴로 귀결된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8년간의 긴 공화당 부시 정권이 퇴장하고 민주당 오바마 시대가 화려하게 개막했지만 서민들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기업들의 감원과 감봉, 가구수입과는 따로 노는 사교육비와 대학 등록비, 폭락하는 집값,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증권 및 부동산 투자손실 등 어느 것 하나 바라는 대로 되는 일이 없는 시절이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살아남기 위한 국가 또는 개인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첨단 자본주의 사회에 몸담고 있는 이상 우리 모두 ‘약육강식’의 법칙에 지배당하는 삶을 살수밖에 없다.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가정을 보호해야 한다. 사회의 근간은 가정이다.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가 무너진다. 이처럼 소중한 ‘가정’을 어떻게 하면 굳건히 지켜낼 수 있을까.
가장 시급한 것은 가족 구성원과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갖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기 바쁘고, 일터에서 돌아오면 식사한 뒤 TV 보다 자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상에 빠져들다 보면 나 자신도 모르게 가족과 거리감이 생기고 결국 대화의 단절로 이어져 비극의 씨앗을 잉태하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증오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다. 마약, 알콜 및 도박 중독, 청소년 탈선 등 우리 사회를 좀먹는 심각한 문제의 원인은 가까운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정으로부터 모든 문제가 비롯된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사람이 소속된 가정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나사가 한두 개 풀려있고 가족간 인간관계에는 금이 가 있다. 혹자는 “힘들 때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바로 가정이요, 무엇보다 든든한 보호막 역할을 해주는 곳 또한 가정”이라고 말한다.
낯선 이국땅에서 경제적, 사회적 성공을 거머쥐기 위해 밤낮없이 뛰다보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가정에 소홀해지기 쉽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정해진 틀에 맞추어 서로의 역할만 기대하고 요구하면 이 과정에서 불만이 쌓이고 가정불화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된다.
요즘 같이 힘든 시기에도 수많은 가장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앞만 내다보고 열심히 뛰고 있다. 악착같이 돈을 버는 것도 좋고, 가끔씩 친구 또는 직장동료와 술잔을 기울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가정의 소중함을 잊지는 말자. 가정이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새기고 행동하자. 고단한 삶에 지쳐 쓰러지기 일보직전일 때 나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격려해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다시 용기가 나고 힘이 생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려운 시절 ‘최후의 보루’는 가정이다.
구성훈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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