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후세인 오바마 44대 대통령이 20일 공식 취임했다.
취임식 현장에서만 200만, 전 세계적으로 수억명이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이란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봤다.
그 가운데 일부는 호기심에서, 또 다른 그룹은 인종의 벽을 넘어서는 미국의 저력에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는 눈앞에 산재한 수많은 현안들을 세계 최고의 권력자가 된 40대 후반의 대통령이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를 지켜보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세계의 관심과 촉각을 인지한 듯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들과 지구촌 가족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강하면서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미국 재건’을 위해 국민의 희생과 노력을 강조했다.
인종과 종교, 국경을 넘어서는 포용과 화합, 평화, 그리고 미래를 향한 그의 메시지는 일단 모두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그의 목표를 보다 쉽고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던 2007년 2월10일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행한 경선 출마선언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그다지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연방 상원의원 초년생 버락 오바마는 대권을 향한 민주당 경선 출마선언 연설에서 “무엇인가 필요할 때마다 새로운 세대(generaton)가 일어나 일을 해냈습니다. 오늘 우리는 다시 그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가 그 요구에 답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함께 시작하자”(Let us begin)는 말을 시작으로 무려 20여회나 렛(Let)이라는 단어를 문장 맨 앞머리에 내세우며 경제, 교육, 근로자 사회복지, 빈곤퇴치, 의료보장제도, 유가, 환경보호, 테러와의 전쟁 등 미국이 안고 있는 현안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지금 우리 세대가 나서서 함께 풀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짧고 간단한 문장들로 이뤄진 그의 출사표는 국민이 함께 나서야 ‘변화’가 이뤄질 수 있으며, 그것이 곧 ‘미국의 희망’이란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20일 취임사는 출마선언의 ‘속편’이었고, 2년 전 그가 던진 국민과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이제 게임은 시작됐다.
아프리카 케냐 출신의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흑백혼혈,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마약에 손을 댔던 청소년, 시카고에서 연봉 1만3,000달러를 받았던 커뮤니티 봉사자, 하버드 출신 변호사 등 지난 연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오바마 자신이 지적했던 것처럼 지금 국민들은 배가 고프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망가진 교육 시스템은 미국의 장래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여전히 우리는 전쟁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테러마다 가장 큰 표적은 ‘아메리칸’이다. 신발 한 짝에 미국의 위상은 곤두박질쳤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이제 자신의 말대로 미국의 위상과 힘을 재건하고, 세계를 이끄는 ‘오바마 리더십’을 보여줄 때다. 그리고 국민들은 ‘변화’라는 말을 믿고 뽑아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의 당선, 그리고 취임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이다.
그를 바라보는 수많은 어린이들이 있다. 백인, 아시안,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의 어린이들이 지금 교실에서 “44대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라고 외우며, 앞으로 TV, 신문, 잡지 등을 통해 수없이 그를 보게 될 것이다.
정치와 정책을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모를 통해 어느 날 ‘성공’과 ‘실패’에 관한 얘기를 듣고, 알게 될 것이다.
미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극복하고, 21세기 번영의 길을 다진 첫 흑인 대통령으로 기억돼야 한다. 그것이 미래를 이끌어갈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사하는 일이다.
그가 대선 출마선언에서 강조했던 단어 ‘세대’(generation)란 시간별, 시기별의 ‘끊어짐’이 아니다. ‘이어짐’이다.
그래서 그의 4년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황성락
특집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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