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디자인하라’(Design Yourself). 카림 라시드가 2006년 펴낸 책제목이다. 제품, 인테리어, 패션, 가구, 조명 디자인을 망라해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디자이너 중 하나가 카림 라시드이다. 과연 팔릴까 싶을 정도로 비싸고 예쁜 쓰레기통을 디자인해 감성 소비 시대의 개막을 알렸고, 알레시, 프라다, 스와로프스키, 에스티 로더 등 세계적인 명품들이 그의 디자인을 거쳐 갔다.
모두가 새로운 밀레니엄에 들떠 있을 무렵 카림 라시드는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책을 낸 적이 있다. 디자인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라고 감히 말했고, 5년 후 그의 디자인 중심은 세상에서 ‘나 자신’으로 옮겨갔다. 세상을 바꾸려면 나 자신부터 바꿔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살아가고, 사랑하고, 일하고, 놀 때도 똑같이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위한 질문을 던져야 하고, 거기에 대해 대답할 준비를 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인생은 철저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현재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발견되는 문제점을 창조적 발상으로 해결하는 원칙이 필요하다. 생각, 창조, 사랑, 꿈의 실현에 힘도 쏟아야 한다. 하지만 디자인이 잘된 인생이라고 과연 아름답게 보여만 하는 것일까.
할리웃의 ‘돌아온 탕아’ 미키 루크가 영화 ‘레슬러’로 골든 글러브 첫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시상식에 등장한 그는 더 이상 ‘나인 하프 위크’의 섹시 미남스타가 아니었다. 비대해진 몸, 거칠어진 피부, 그리고 한물 간 락커를 흉내 낸듯한 늙고 배 나온 중년남성이었다.
방탕한 생활로 삶의 절제력을 잃었던 미키 루크는 90년대 초 실제로 배우를 포기하고 프로 복싱계에 입문했다고 한다. 청소년 시절 아마추어 복싱선수였던 그는 연기이외에 자신이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이 ‘링’이라고 자위하면서. 그러나 복싱은 돈이 되지 않았고 사치에 젖은 그의 삶은 여전해 화려했던 과거로 돌아가지 못했다. 링에서 광대뼈와 코가 주저앉아 성형수술을 반복해야 했고, 배우자 폭행죄로 실형선고를 받았으며,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그러다가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설득으로 자신의 부끄러운 삶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쏟아 부었다. 모두가 마음과 영혼을 연 그에게 ‘가슴을 터지게 만든 생애 최고의 연기’라는 찬사를 보냈다.
디자인이 잘된 인생이 반드시 아름다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추하더라도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고 꿈이 된다면 디자인이 잘된 인생이다. 꿈이 모두 실현될 순 없다지만,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열정만으로도 꿈은 꿈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은선
H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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