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모임이 피크를 이루던 지난 12월23일. LA 한인타운의 한 호텔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통일전략연구협의회가 주최한 ‘제3회 통일전략포럼’이 그것으로 이날 포럼에서 패널들은 ‘2008년 남북관계 회고와 2009년 전망’을 주제로 다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경색 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해법을 찾아보자는 것이 이날 행사의 목적으로 민주당의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열린 시의적절한 포럼이었다.
이날 포럼이 주목받은 것은 이념적으로 좌와 우를 모두 망라한 패널들 덕분이었다.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진 패널들이 두루 참석한 이날 포럼은 누가 보아도 학술 포럼으로 흠잡을 데가 없었다.
포럼이 시작된 후 패널들은 이념적으로 자신과 상반된 의견을 소유한 패널들의 발언 내용을 존중하면서 남북 관계를 풀어가기 위해 나름대로의 방안을 내놓았다.
우파 세력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큰 LA 한인사회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이념적으로 균형 잡힌 학술 포럼으로 기억에 남을 만한 행사였다.
그러나 패널들의 발표 및 토론이 끝나고 일반 청중의 자유 발표 시간 때 행사장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포럼이 열리는 동안 특정 패널의 발표가 맘에 들지 않았던 일부 참석자들이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국방부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A씨는“왜 진보적인 성향의 모 단체장은 부르지 않았느냐”“일부 패널과는 악수조차 하고 싶지 않다”“나 같은 70대 노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통일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등의 거친 발언으로 행사장을 썰렁하게 만들었다.
이름만 대면 누구든 다 아는 한인사회 보수단체 대표를 지냈던 A씨는 자신과 이념적 성향이 다른 패널 뿐 아니라 행사를 주최한 통일전략연구협의회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A씨의 트집잡기식 발언은 사회자가 포럼 내용을 정리한 내용의‘결의문’채택을 제안할 때 절정에 달했다. A씨는 자신의 성향에 맞지 않는 듯 결의문 채택을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만약 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한국정부에 고소하겠다는 등 학술포럼 참석자답지 않은 발언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A씨의 이같은‘돌발행동’으로 인해 패널과 청중은 인상을 찌푸려야 했고 사회자는 서둘러 이 인사의 발언을 제지하고 포럼을 마쳤다.
이날 행사가 학술대회 형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중의 한사람인 A씨가 쏟아낸 발언들은 포럼의 옥에 티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자신과 다른 의견도 겸허히 수용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식 행사장에서의 무례한 행동과 거친 발언은 삼가는 ‘성숙한 태도’를 보였으면 한다.
정대용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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