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전 세계 언론은 일제히 대서특필을 하고 나섰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에 흥분했다. 거기서 그리고 미국의 위대성을 새삼 재발견해서다. 러시아 언론들은 예외였다.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건 위선에 불과하다. 러시아의 관점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부패했다. 그 가운데 두 셋 유력한 정치가문이 기업세력과 결탁해 파워를 휘두르는 게 러시아가 이해하는 미국식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그런데 흑인 정치인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니 혼선이 빚어졌다. 러시아 언론들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주 상원의원이었다. 그 아들은 현 뉴욕 주지사다. 그런 그가 대통령 부인이 남겨놓게 된 연방상원 직에 누군가를 임명해야 한다. 또 다른 대통령의 딸이자 두 연방상원 의원의 질녀가 되는 한 여성이 그 자리를 원하고 있다. 또 다른 주지사의 아들로, 연방상원 의원의 딸에, 대통령의 조카딸이기도 한 여자를 아내로 둔 한 남성도 그 자리를 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기사다. 누가 뭘 어쨌다는 건지 금방 이해가 가는가.
힐러리 클린턴이 입각을 하게 됨으로써 비게 된 뉴욕주 연방상원 임명을 둘러싸고 자리다툼을 하고 있는 과정을 묘사한 것이다.
데이빗 패터슨 뉴욕 주지사의 아버지 바질은 주 상원의원을 지냈다. 대통령 부인은 힐러리. 또 다른 대통령의 딸은 캐롤라인 케네디다. 또 다른 주지사는 마리오 쿠오모이고, 그의 아들은 현 뉴욕주 검찰총장 앤드류다. 앤드류의 아내는 로버트 케네디의 딸 케리다.
모두가 한다하는 정치명문이다. 클린턴에, 케네디에, 쿠오모에. 말하자면 연방상원 자리를 놓고 정치 명문들이 각축을 하는 꼴이다.
매관매직 스캔들로 비화됐지만 오바마가 대통령 당선자를 승계하는 일리노이주 연방상원 직을 둘러싼 스토리도 근본에 있어서는 다를 것이 없다. 제시 잭슨 2세 등 일리노이 일원의 내로라하는 정치 명가 후예들이 그 승계 각축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때문에 새삼 논란이 되는 게 이른바 정치 명가의 세습정치다. 미국의 헌법은 귀족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사실에 있어 현대판 귀족들이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동시에 이처럼 정치 명문의 정치세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정치의 서로 다른 두 얼굴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 모순이 바로 미국 정치의 다양성을 말해준다. 토양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진취적인 결단을 해나간다. 뭐 이런 식의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건 그렇고, 러시아 언론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꽤나 흥분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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