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한인타운내 술집에서 한잔 걸친 미혼여성 K씨(28).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해 친구 집에 가서 잠을 잔 것까지는 좋았는데 새벽 3시께 일어나 운전대를 잡고 프리웨이를 거꾸로 달리다 그만 쇠고랑을 차고 말았다. 혈중 알콜농도 측정 결과 똑바로 서있기 조차 힘들다는 0.19를 기록했다. 자칫 엄청난 사고를 불러올 수 있었던 위험한 운전이었다.
얼마전 모임에 참석했다가 만취한 부인이 운전하던 차량을 타고 가던 남편은 경찰에 적발되자 “아내는 잘못이 없다”며 자신을 체포하라고 억지를 부리다 결국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부인은 음주운전으로 체포돼 부부가 함께 하룻밤을 구치소에서 보내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또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몇잔 마신 뒤 집으로 향하던 K씨(45)는 볼일이 급해 프리웨이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려 볼일을 보던 중 이를 목격한 순찰 경관이 다가왔다가 술 냄새를 맡고 곧바로 체포하기도 했다.
너도 나도 마음이 들뜨는 연말 송년모임 시즌이 한창이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그리운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얼굴에 웃음꽃이 절로 피는 그런 시기다. 하지만 즐거워야 할 연말인데도 기분이 그저 그런 사람들도 있다. 모임이 있으면 빠지지 않는 ‘술’ 때문이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해본 한인이면 누구나 잘 알겠지만 이곳 한인사회도 한국식 음주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말 마시기 싫은데도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 때문에 송년모임, 회식 등을 기피하는 한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큰 부담 없는 ‘반주’ 수준의 1차를 시작으로 2차, 3차를 가다보면 자의반 타의반 취하게 되고 귀가를 위해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핸들을 잡다가 경찰 단속에 적발되거나 심한 경우 초대형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형사법 전문 한인 변호사들에 따르면 송년모임과 파티가 잦은 연말이 지나가고 연초가 되면 음주운전 혐의로 적발돼 법원을 들락거리는 한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한 변호사는 “요즘은 음주운전 초범으로 걸려도 변호사 수임료와 벌금 등을 모두 합쳐 1만달러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며 “이제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초범에서 한 단계 상승해 ‘음주운전 재범’ 타이틀을 달면 운전면허 정지처분을 받게 되며 종종 아침시간에 경찰이 집 앞에 잠복해 있다가 당사자가 운전대를 잡으면 그 자리에서 쇠고랑을 채우기도 한다. 캘리포니아 주 검찰이 매년 한차례씩 발표하는 한인 범죄혐의 체포자 통계자료를 보면 음주운전 체포자수가 예외 없이 1위를 차지한다. 음주운전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사람이 죽는 사고를 일으키면 단순 과실치사가 아니라 ‘살인범’ 도장이 찍혀 평생을 차가운 감방에서 보낼 수도 있다. 상상하기조차 싫은 시나리오가 아닌가. 음주운전은 본인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랑하는 가족에게 더 큰 고통과 슬픔을 안겨주게 된다. “술은 적당히 마실 줄 알아야 인생이 즐겁다”라는 말도 있다. 10여일만 지나면 대망의 기축년(己丑年) 새해가 밝는다. 올해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해가 바뀌기 전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리는 용기를 내보자. 과음을 피하기 위해서는 술자리는 가능하면 1차에서 끝내고 술을 마셨으면 절대로 핸들을 잡지 말아야 한다.
‘딱 한잔만 더’의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음주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훗날 땅을 치고 후회한다는 점을 머릿속에 단단히 새기고 살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다. 바로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이다.
구성훈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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