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갈 데가 있어야지요. 한인 교회 찾아가면 하도 눈치를 줘서라니….” (탈북자 김모씨)
최근 만난 한 탈북자로부터 들은 얘기다.
도대체 갈 교회가 없다니? 탈북자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야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갈 만한 교회가 없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었다.
LA만 해도 북한 의료선교나 국수공장 설립을 지원하는 단체나 기관이 얼마나 많은가.
북한에서 대형 화재라도 발생하면 제일 먼저 발 벗고 나서 모금운동을 벌이는 곳이 바로 교회 아니던가.
어리둥절했던 기자는 탈북자들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미국에 있는 한인 교회들이 북한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는 훌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후원활동은 가능한 이유는 김정일 정권이 요구하는 조건들을 충족시켜 주기 때문인데 그 중 하나는 김정일 정권이 싫어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탈북자들은 말 그대로 북한이 죽도록 싫어 목숨을 걸고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고향을 탈출한 사람들이다. 정권의 입장에서는 반체제주의자요, 눈에 가시처럼 보이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을 돕겠다고 나서는 한인 교회들이 탈북자를 지원한다면 김정일 정권 차원에서 난색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북한 선교를 희망하는 교회들은 북한 선교나 북한을 벗어난 탈북자 지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탈북자 돕기를 포기하고 북한 지원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영국을 거쳐 1년 전 미국에 온 탈북자 김모씨는 한 한인 교회를 찾았다가 관계자들로부터 싸늘한 대접을 받고 교회 출석을 포기했다. 처음에는 새 교인이 왔다며 환영일색이던 교회측은 김씨의 탈북자 신분을 알고는 대우가 180도 달라졌다.
이 해프닝은 순식간에 탈북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졌고 영향을 받은 탈북자들은 한인 교회 출석을 기피하게 됐다.
탈북자들의 망명신청을 도와주는 한 변호사 사무실에 따르면 LA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는 약 200명. 이중 탈북자 신분을 공개할 수 있는 사람은 절반 정도인 100명이지만 나머지는 탈북자 신분을 숨기고 조용히 살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교회를 비롯한 한인 커뮤니티 전체가 일반 이민자들과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탈북자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LA 한인타운 근처에는 탈북자 사역에 집중하는 교회도 설립됐다. 탈북자들도 같은 핏줄을 타고난 한민족의 일원임일 잊지 말고 이들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성숙한 한인사회의 모습을 기대한다.
정대용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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