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자리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됐습니다. 아무도 나서질 않아요.”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은 타운의 한 경제단체장 A씨의 넋두리다. 예전 같으면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후보자들의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져야 하는 시기이지만 요즘은 다들 추천이라도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경제단체의 B모 회장도 이미 두 명의 후보들에게 차기 회장직을 제안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사실 회장 자리야 봉사하며 돈쓰는 자리 아닙니까? 경기 좋을 때야 성공한 분들이 많아서 봉사도 하고 돈도 쓰며 체면도 차리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요즘 같아서야 자기 비즈니스가 망하게 생겼는데 돈 쓰는 회장 자리는 사치죠.”
미국 경제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한인타운의 경기도 미국의 경제 악화의 한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환율 폭등은 한국에서 들어오는 돈줄까지 완전히 막아버렸다. 사면초가에 마지막 희망이던 외부 지원까지 끊긴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경제단체의 회장 자리는 사치품이 돼버렸다. 경제단체의 회장 자리가 실속보다는 명예를 찾는 자리다 보니 그렇다. 단체를 이끌며 해당 비즈니스의 활성화를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보다는 ‘○○협회 회장 김 아무개’라는 명함을 갖고 물주 노릇을 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다. 겉멋 들린 사치를 하지 않겠다는 경제인들의 자각은 환영할 만하지만 수십 년간 존재해 온 경제단체의 회장자리가 이리 저리 미뤄지는 것은 보는 이들을 우울하게 한다.
한 단체장 후보는 “회장이 돼 열심히 일해보고 싶지만 내가 그만한 그릇인지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말한 그릇이란 리더십, 비전 등 원론적인 단체장의 자질이 아닌 ‘자금력’을 말하는 것이다. 한인사회의 경제단체장으로 협회를 이끄는데 자금력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젊은 1.5, 2세 사업가들이 한인 경제단체장이 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전을 갖추고 추진력이 있으며 명예만을 쫓는 사심이 없는 좋은 단체장 후보가 많음에도 한인 경제단체가 그들을 맞이하지 못 하는 데는 이 같은 이유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인 경제인들은 한인타운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1.5, 2세들을 한인타운에 끌어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타운 경제단체들도 대부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5, 2세 기업가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에게 한인 경제단체의 키를 한번 맡겨보는 것도 젊은 기업가들의 한인타운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위기로 인기가 식어버린 경제단체장, 이번 기회에 문턱을 낮춰 세대교체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심민규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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