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밀라노 패션위크가 끝난 후 화제는 단연코 프라다 모델들의 굴욕이었다. 하늘하늘 날아갈듯 사뿐거리며 캣워크를 해야할 모델들이 넘어진 것이다. 미우치아 프라다가 디자인한 6인치 플랫폼 슈즈가 원인이었다. 질 샌더 패션쇼의 오프닝을 장식하며 ‘밀라노가 발굴한 첫 스타’로 부상했던 러시아 출신의 18세 모델 율리아는 아예 바닥에 주저앉았고, 관객의 도움으로 엉덩방아 찧기를 겨우 모면한 케이티는 구두를 벗어 들고 캣워크를 마쳐야 했다.
물론 런웨이에서 모델이 넘어진 건 프라다 쇼가 처음은 아니다. 과거 구찌는 모델이 넘어지는 바람에 피날레를 망친 경우도 있었고 푸찌와 디스퀘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모델의 경력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이번 시즌 프라다 쇼에서 살짝 비틀거렸던 탑 모델 제시카 스탐은 2006년 클로이 쇼에서 꽈당 넘어져 무릎을 꿇었던 적이 있고, ‘보테가 베네타’의 우아한 모델 밀라나 켈러도 2007년 디올 쇼에서 넘어졌던 쓰라림이 있다.
하지만, 패션의 완성을 ‘구두’로 여겨온 미우치아 프라다로선 굴욕이 아닐 수 없다. 플랫폼 슈즈는 패션쇼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디자이너들의 ‘킬 힐’ 중에서도 아찔한 높이에 비해 안정감이 있는 힐이다. 구두의 명가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고안한 웨지 힐의 명성 그대로다. 1차 대전 이후 물자 부족을 겪다보니 구두 굽을 만드는 재료가 조악해져 사람의 체중을 버텨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페라가모에 의해 밑창과 힐을 지상 4인치까지 올려놓은 플랫폼 슈즈가 나왔다고 한다.
앞부분까지 굽이 있어 아찔한 높이의 힐이라 해도 무게중심이 분산되는 장점이 있는데, 1940년대를 풍미했던 플랫폼 슈즈에 디자인을 입힌 것은 마놀로 블라닉이다. 화이트 크레이프를 소재로 발가락 부분은 레드 애나멜로 포인트를 주고, 힐은 청명한 블루로 장식한 플랫폼 슈즈였다. 이 슈즈에 가장 충격을 받은 패션 디자이너가 미우치아 프라다였고, 이후 프라다는 패션쇼마다 슈즈에 경의를 표하듯 구두 디자인에 공을 들여왔던 것이다.
어쨌거나 미우치아 프라다는 플랫폼 샌들 속에 신은 양말이 너무 매끄러워 모델들이 밸런스를 잃었다고 밝혔고, 2009년 봄 신상품으로 매장에서 만나게 될 플랫폼 슈즈는 굴욕의 주범인 양말 없이 신는 좀 낮은 높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다행이다. 모델이 아닌 평범한 여성들은 5인치가 넘는 킬 힐 때문에 발목에 무리가 간다거나 직장에서 허공에 둥둥 떠다니다가 비틀거리며 넘어지는 수모를 겪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은선
특집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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