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이라더니 유가가 좀 떨어지니까 환율이 오르네요. 정말 힘듭니다.”
항공사 관계자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며 한숨 돌리던 항공사들은 주말 사이 40원이나 폭등한 달러 환율에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우리 항공사는 물론 전 세계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항공기 임차료와 항공유를 달러로 결제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을 제외한 타국적 항공사들은 달러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수백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하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열심히 일해 번 돈이 하루아침에 날아가는 것을 보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항공료 인상 등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긴급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세계 일류 항공사로 이름이 높다. 매년 세계 각국에서 발표하는 각종 항공사 순위와 어워드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이름을 찾는 것은 이제 일상다반사가 됐다.
우리가 목에 힘을 주고 우리 국적기를 이용하는 데는 두 항공사의 피나는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두 항공사는 올해 초 고유가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유류비 절감을 위한 비상대책을 내놓았다.
어렵게 개척한 노선을 줄이고 정확한 탑재중량 측정으로 꼭 필요한 만큼의 연료만 탑재하는 등 운영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했던가. 이러한 대책은 손실을 어느 정도 줄이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대세를 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소형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흑자 경영으로 화제가 됐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며 탑승료를 인상하는 등 응급처치에 급급할 때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오히려 항공료를 낮추는 등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승승장구 뒤에는 미래를 내다 본 유가 헤지(Hedge) 정책이 있었다. 다른 항공사들이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비용을 지출할 때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51달러의 비용만 지불하면 같은 양의 기름을 살 수 있다. 항공업계는 사우스웨스트 항공 유가 헤지의 가치를 최소 3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유가 헤지나 외환 헤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장기적인 경영계획을 마련했다면 국제 경제의 부침에 홍역을 치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항공사라면 국제 경제를 읽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춰야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심민규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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