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방문 허구연 MBC 야구해설위원
“쿠바와의 결승전을 중계할 때는 방송을 하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쿠바의 마지막 타자가 쳤을 때는 목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더군요” 문화방송(MBC) 허구연(사진) 야구 해설위원이 28일 로텍스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재미대한야구협회 신임회장 취임식 참석차 LA를 방문했다.
한국 야구팀 금메달 딴 뒤
MLB 단장들도 축하 전화
이날 본보를 방문한 허 위원으로부터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전 얘기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30년 동안 야구를 해설했지만 이번처럼 긴장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쿠바와 일본을 연속으로 두번씩 이겼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한없이 자랑스럽습니다”
허 위원은 특히 쿠바와의 결승전 마지막 9회말에는 생명에 위험을 느낄 정도로 긴장했다고 한다. “류현진 투수가 9회 말 첫 타자를 내보내자 불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쾌하지 않은 판정으로 1사 만루가 되고 강민호 포수가 퇴장 당하자 한국 야구의 운이 여기까진가 보다, 금메달은 날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 위원의 얘기가 이어졌다. “다음 타자가 쿠리엘 선수였어요. 쿠바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에요. 당장 메이저리그에 와도 1,000만달러 넘게 받을 수 있을 정도지요. 바뀐 정대현 투수의 초구와 2구가 한가운데로 왔는데 휘둘렀으면 넘어갔을 겁니다. 쿠리엘의 타구가 투수 옆을 지나가자 ‘아’하고 탄식이 나왔어요. 쿠리엘이 빠른 선수기 때문에 병살타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런데 우리 수비가 병살을 성공하니까 말이 안 나오는 겁니다. 소리만 질러댔지요.”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미국과의 첫 경기가 끝나고 한국팀 덕아웃에 가서 김경문 감독을 만나 이렇게 얘기해줬습니다. 이번에는 김 감독이 운이 좋은 것 같다며 하고 싶은 작전 다 해도 될 것 같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김 감독이 그러더군요.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구요. 그러면서 좋은 꿈을 꿨다고 하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우승 후 그 꿈은 김 감독이 기자들 앞에서 벌거벗고 인터뷰하는 꿈이란 게 밝혀졌다. 결국 허 위원과 김 감독의 ‘예언’과 꿈이 적중한 셈이다.
허 위원은 올림픽에서의 우승으로 한국 야구의 위상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단장 가운데서도 전화를 걸어오더군요. 한국이 야구를 잘한다는 인식이 확실해졌습니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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