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 남한 침투중 사망… 계부는 특수부대 활동… 동생들 보위부 소속
南기관에 北정보 넘기며 ‘이중간첩’ 활동까지
27일 구속기소된 탈북자 위장 여간첩 원정화(34)는 ‘스파이 가문’ 출신이었다. 친부와 계부, 여동생이 모두 공작원으로 활동했다. 또 중국 내 한국 정보요원들과도 수시로 접촉하며 북한 정보를 전달하는 등 사실상 ‘이중간첩’으로 활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28일 수원지검 경기경찰청 국군기무사령부 국가정보원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대남 공작원이었던 원정화의 친부는 그가 태어난 1974년 남한으로 침투하다 발각돼 피살당했다. 남편을 잃은 어머니는 엘리트 군인과 재혼했다. 계부는 북한의 특수전 부대인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속 소좌를 거쳐 함경북도 안전국 간부를 지냈으며, 원정화와 함께 남한에서 활동하다 7월 검거됐다. 계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여동생도 현재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공작원으로 활동 중이며, 남동생 역시 현재 보위부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부는 이날 원정화가 받은 공작원 교육의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했다. 원정화는 15세 때인 89년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 간부의 소개로 평양 내 공작원 양성 특수부대에 입대하면서 스파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이곳에서 80명의 동기들과 함께 3년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줄타기 산악훈련 극기훈련을 통해 정예 공작원의 면모를 갖춰갔고, 태권도 사격 독침뿌리기 표창던지기를 연마하며 차츰 냉혹한 ‘살인기계’로 변해갔다.
원정화가 98년 중국 옌지(延吉)로 건너가 남파에 대비해 수행했던 공작 활동도 드러났다. 원정화는 중국 도착 즉시 재중 보위부로부터 중국 정부 공무원과 연애를 하고 조국의 정보를 빼낸 여자공작원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박스에 넣은 채 북송한 적이 있다. 너도 행동거지를 똑바로 하라는 협박성 정신교육을 받았다. 이후 원정화는 옌지 시내에서 탈북자를 찾아 나섰고, 중고차 마약 위조달러화 등을 팔며 닥치는 대로 돈을 벌었다. 노래방에 위장 취업해 현지 정보를 수집하면서 탈북자와 한국인 사업가 등 100여명을 납치하는 데 가담했다. 99년 9월에는 친구를 소개해 주겠다고 속여 남한 사업가 윤모씨를 재중 보위부가 아지트로 활용해온 ‘두만강호텔’ 301호로 유인해 납치했다.
원정화는 2001년 탈북자로 위장해 남한으로 잠입,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수시로 중국에 드나들며 남한 정보요원들의 신상정보를 파악해 북한에 전달했다. 그는 2003년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 정보를 수집하는 우리 정보요원이 북한의 군사기밀을 파악해주면 매월 500만원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실제 관련 정보를 수집한 뒤 재중 보위부의 허가를 얻어 이 정보요원에게 넘기는 등 사실상 이중간첩 활동을 수행했다.
원은 2004년 독약 성분이 든 북한산 남성용 건강보조식품 ‘천궁백화’, 용수철 발사장치가 달린 독침 등을 이용, 이들 남한 정보요원들을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았지만 이들과의 ‘깊은 관계’때문에 살해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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