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독재의 서슬이 시퍼렇게 날이 서있던 80년대 언론검열을 거친 신문기사를 독자들이 제대로 읽어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반정부 인사나 단체의 활동은 기사화되기도 어려웠지만 기사화 된다 하더라도 1단이었다. 독자들은 보물찾기하듯 구석에 숨겨진 1단짜리 단신기사를 찾아내 암호문을 해독하듯 행간을 읽어내야만 했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 시절, 숨어있는 1단짜리 단신을 특종으로 만드는 귀신같은 해독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지하철의 신문 가판원들이었다.
지면 구석에 있던 단신기사를 빨간 매직으로 표시해 1단을 특종기사로 재편집해 신문을 판매했던 가판원은 시대가 만들어낸 거리의 저널리스트였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달라져도 보통 달라진 것이 아니다.
청와대 구중궁궐 심처에서 오간 대화도 하루가 지나지 않아 인터넷에 공개되는 세상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독자들은 더 이상 지면에서 기사의 행간을 읽어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짤 필요가 없다. 정보와 뉴스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달라진 세상에서 행간을 읽어내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하는 쪽은 이제 독자나 일반 대중이 아니라 국가의 리더나 권력을 쥔 쪽으로 위치가 바뀌었다.
수많은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정보와 뉴스 속에서 권력자는 오히려 여론의 행간을 읽어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안간힘을 쏟아야 하게 됐다는 말이다.
여론의 행간을 읽어내는 데 게으르거나 무능한 리더나 권력자는 곧 바로 소통의 단절과 실패를 경험하게 되고, 그런 권력자는 결국 직접 소통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친 국민과 맞닥뜨려야 하게 된다.
사그라져 꺼진 것 같은 촛불 속에서도 힘차게 살아있는 불씨를 보지 못한다면 이미 그 지도자는 여론의 행간을 읽지 못한 것이며 소통에 실패한 것이다. 여론의 행간을 읽지 못해 비난을 자초하고 리더십이 흔들리는 일부 지도자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텅 빈 공간처럼 보이는 글의 줄과 줄 사이에서 빼곡하게 채워진 여론의 행간을 읽어내는 소통의 리더십이 절실한 때다. 지도자들이여, 행간을 읽기위해 머리를 싸매보라.
김상목
사회부 부장대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