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유기농 농장들 회원제 인기
농장주들 재정 부담 없이 농사에 전념
소비자들은 싱싱한 채소 과일 공급받고
살모넬라에 오염된 토마토, 곡물 사료에 항생제·성장호르몬 먹여 키운 쇠고기, 화학비료·제초제 범벅이 된 채소…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농산물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기존의 수퍼마켓이 아니고, 상대적으로 신선하다는 파머스 마켓도 아니다. 눈으로 직접 보고, 직접 재배해 수확한 농산물을 구입하겠다며 농장으로 직접 가는 것이다. 계절단위로 농장의 지분을 사서 거기서 나온 채소와 과일을 식탁에 올리는 커뮤니티 지원 농장 회원들이다.
시카고에서 35마일 가량 떨어진 곳에는 이리훤이란 농장이 있다. 이리훤(Erehwon)은 아무데도 없는 곳(Nowhere)의 철자를 거꾸로 배열해서 만든 말. 넓이가 4에이커에 불과한 이 농장은 일반 소비자들을 회원으로 하는 커뮤니티 지원 농장. 일종의 밭떼기와 비슷한 아이디어이다.
예를 들어 이 농장의 회원인 스티브 트리스코는 은퇴한 컴퓨터 컨설턴트이다. 그는 한편으로는 재정난에 흔들리는 소규모 농장들을 살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믿을 만한 좋은 먹거리를 얻는다는 목적으로 이 농장의 회원이 되었다. 그는 종종 농장에 가서 잡초도 뽑고 어린 토마토에 그늘을 드리우는 주변의 나뭇가지들을 쳐내기도 한다.
일반 소비자들이 계절 단위로 일정 금액을 내고 농장의 회원이 되는 커뮤니티 지원 농업이 유행을 하고 있다. 아직은 수적으로 적지만 근년 인터넷을 통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리훤 농장의 회원 수는 150명 정도. 농사에 드는 비용을 미리 나눠 냄으로써 농부들을 고용해 농사를 짓게 한 후 농장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나눠 갖는 시스템이다.
소비자들이 소규모 농장을 재정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농장도 살리고 건강한 먹거리도 얻는다는 이 아이디어는 1980년대 유럽과 아시아에서 건너온 것이다. 하지만 최근 까지는 별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그런 농장은 미전국에 199개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불어나면서 현재 거의 1,500개가 되었다.
관련 전문가인 펜실베니아, 체임버스버그 소재 윌슨 칼리지의 니콜 네이즐로드 박사에 의하면 소비자들이 점점 현지 중심의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이들 농장의 아이디어와 맞아 떨어졌다. 사람들이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같이 모여서 같이 일함으로써 커뮤니티 지원 농장을 성공시킨다는 아이디어이다.
이리훤 농장의 경우 회원들은 언제든 농장에 나가 둘러볼 수 있고, 계절 단위로 일정량의 과일과 채소를 보장 받는다. 계절 단위 가입비용은 공급받는 물량에 따라 300달러에서 900달러. 여기에 추가로 120달러를 더 내면 한달에 두 번 싱싱한 꽃을 배달받을 수 있다.
회원들이 농장에 나가서 직접 일을 해야 하는 의무는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원해서 농장 일을 돕고 있다. 자신들이 일손을 보태지 않으면 작은 유기농 농장이 버텨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농장에 나가 종종 일을 돕는 트리스코는 말한다.
“농부들이 농장을 꾸려나가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농장에 나가 돕기로 결심했지요. 수확도 하고, 물도 주고, 잡초도 뽑고 뭐든지 필요로 하는 걸 돕습니다”커뮤니티 지원 농장의 농부들은 농작물을 재배하기 전에 비용을 미리 받는다. 그래서 시장이 어떻게 바뀌든 재정적으로 타격을 입을 부담에서 자유롭다. 파종이 시작될 때 미리 돈을 챙겨 받으니 농부들은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고, 소비자들은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보장 받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다.
한 계절을 단위로 한 농장별 회원 가입비용은 전국평균 500달러-800달러. 현재 커뮤니티 지원 농장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은 동부와 서부 해안, 그리고 오대호 지역이다. 뉴욕, 펜실베니아, 위스컨슨, 캘리포니아 지역에 가장 농장이 많다.
이리훤 농장은 처음 2명의 회원으로 시작을 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점점 늘어 지난해는 회원 목표숫자인 140명을 무난히 달성, 앞으로는 200명 선으로 목표선을 높였다.
시카고 지역의 또 다른 농장인 앤젤릭 오개닉스는 현재 일리노이와 위스컨신 일대 1,400여 가정에 매주 농작물을 공급하고 있다.
뉴욕 시에서는 최소한 24개 채소 농장이 6,500명 가량의 회원들에게 채소를 공급하고 있다. 2005년 뉴욕시 일대에는 커뮤니티 지원 농장이 37개 있었지만 지금은 61개로 늘었다.
롱아일랜드에 소재한 80에이커 규모의 골든 어스웜 유기농 농장은 지난 2000년 10명의 회원으로 출발, 올해는 1,300명이 되었다. 이들 회원 중 절반 정도는 퀸스에 살고 있고 매주 교회나 커뮤니티 센터 등 6개 지역에서 농작물이 공급된다. 이렇게 배달되는 것은 일년에 26주.
이 농장에서는 봄철에는 딸기, 슈가 피, 여름에는 수박, 가지, 토마토, 가을이면 브로컬리, 감자, 당근 등을 재배해 회원들에게 공급한다.
위스컨신 옴로의 캐틀리나 목장은 곡물 사료가 아닌 풀로 사육한 쇠고기와 유기농 채소들을 공급한다. 현재 회원 수는 55명이며 7개월 단위 육류 회원비는 715달러.
농장주인인 토마스 워초타는 1970년대 코스타리카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일하며 풀 먹고 자란 쇠고기 맛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고향으로 돌아온 후 그 고기 맛을 잊지 못해 소 한 마리를 시작으로 풀로 사육하는 육축업을 시작했다.
그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의 쇠고기를 선전하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주문을 해온다. 풀 먹여 키운 쇠고기가 얼마나 건강에 더 좋고 맛도 더 좋은 지를 일반인들이 알기 시작한 것이다.
일리노이의 이리훤 농장의 경우 지난해에는 한정된 회원 지분이 모두 팔려나가 지원자들을 돌려보내야 했을 정도이다. 이 농장의 동업자인 팀 풀러에 의하면 이제는 마케팅이 필요없다. 사람들이 먼저 알고 농장으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장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100여 가지 농산물을 재배하는 데 모든 것을 일일이 손으로 하다 보니 보통 복잡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수고로 이 농장은 올해 예상하는 수익은 8만달러에서 9만 달러.
현지 농장의 산물을 구입함으로써 장거리 수송 및 선적 등으로 인한 비용을 덜고 환경오염 예방에 일조한다는 것도 농장 회원들에게는 긍지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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