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문대와 경쟁 위해 로스쿨급 육성
하버드, 예일은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최고의 명문대지만 공학 분야에서만큼은 맥을 추지 못한다. 지난해 미국 시사 주간지 유에스뉴스의 엔지니어링 스쿨(공대) 순위 조사에서 두 대학은 각각 21, 18위를 기록해 메릴랜드대나 위스콘신대에도 밀리고 있다. ‘손에 기름때를 묻히는 것은 하버드나 예일 출신이 할 짓이 아니다’는 고정관념이 은연중에 작용해온 결과다.
그런 하버드대와 예일대가 최근 공대 교수진을 대폭 늘리는 등 공대를 로스쿨(법학대학원)이나 비즈니스스쿨(경영대학원)에 버금가는 간판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대 출신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자 중국의 대학들이 공대 학위자를 늘리는 등 세계의 다른 대학들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 정책 변화이다.
1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예일대는 향후 5년간 공대 교수를 현재보다 17% 많은 70명으로 늘리고 공대 건물 6개동을 새로 신축할 계획이다. 하버드대도 향후 10년간 공대 교수를 현재보다 43% 늘려 100명으로 확충하고 엔지니어링 스쿨 정원도 현재의 360명에서 60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두 대학은 대학 내 공대 전공자의 비율을 같은 아이비리그(동부 명문사립대)인 프린스턴대 수준인 17%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두 대학의 공대 전공자의 비율은 하버드대가 4.5%, 예일대가 2.9%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 대학이 공대 지원에 나선 것은 에너지, 환경, 지구 온난화 등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공대 관련 학문 분야를 지원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는 게 블룸버그 통신의 분석이다.
미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16년까지 미국에서 공대 출신에 적합한 일자리가 11%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미국 대학의 공대 학위 수여자는 2006년 8만 1,610명으로 1986년의 9만 7,122명 보다 16%가 오히려 줄었다.
이 와중에 중국의 대학들은 발빠르게 공대 지원에 나서 미국 대학이 배출하는 전체 공대 학위 수여자의 7배를 해마다 배출하고 있다.
하버드 엔지니어링스쿨의 벤카테쉬 나라야나무르티 학장은 “법학, 의학, 경영학에 치중하던 하버드 대학의 우선 순위가 바뀌었다”면서 “하버드 공대가 MIT 공대나 스탠퍼드대 공대에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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