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저녁 갈비집 약속인데 어쩌지. 한국에서 미국소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고 난린데…… 미국서 20년을 먹어왔는데 어떨라고. 그냥 배불리 먹자’
‘미국소=광우병’ 소동의 불똥이 한국 농심을 태우고 있다. 한국 언론들에 따르면 서울의 유명 한우집 매상이 20~30% 줄었고 도축장에서 도살되는 한우, 그리고 농가들이 한우를 내다파는 소시장 매기도 크게 줄어들었다. 언론 분석으로는 소비자들의 광우병 의구심이 한우에까지 미쳤다는 것이다. 조류독감 피해가 극심한 한국 농가가 난데없이 날아든 ‘광우병 괴담’ 유탄에 맞을까 걱정이다.
요즘 한국 따라가기가 버겁다. 군사정권 보수 교육으로 무장된 탓인지 모르겠다.
절반 이상이 청소년인 1만명 촛불시위, 초등생들이 문자메시지로 주고받는 ‘5월17일 휴교 시위’, 인터넷에 살포되는 마구잡이 ‘광우병 괴담’‘대통령 너나 먹어라,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는 등 연예인들이 뿜어내는 부화뇌동식 선동적 발언, 반대의견에 사생결단으로 달려드는 진보 네티즌들의 횡포 등등, 등골이 다 오싹하다. 표현의 자유인가, 생존권의 투쟁인가 머리가 돌 것 같다.
한국 언론을 상대로 광우병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미주지역의 한 한인회장은 ‘휘발유를 들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기분’이라고 전해왔다. ‘수십년동안 먹었는데 아무이상 없다’ ‘미국소나 수출소나 다름없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믿으려 하질 않는다. 생존권을 내세우며 악에 받혀 달려드니 의사 소통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4월말 한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에서 비롯된 광우병 파동이 묘한 시민운동처럼 번지더니 정치적 쟁점으로 정권 타도 분위기로 확산되는 시점이고 보니 합리적인 이해와 사고가 통할리 만무다.
10년전쯤 일이다. 한 방송 기자가 “한인타운에 젖소고기가 유통된다”며 공동 취재를 제안했다. 중부의 한 정육 공급 업체 관계자가 “한인들은 왜 젖소고기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한인타운에 많은 젖소고기가 유통된다. 하지만 불법은 아니다. 미국내 학교 급식등에도 젖소 고기가 공급된다. 가격은 싸다. 어린 젖소를 도살할 일은 없을 것이고 소용 가치가 없는 젖소일 터이니 당연히 가격이 싸다.
구입할 것이냐는 고객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4~5살 된 소가 광우병 인자인 프리온을 가질 확률이 높다니, 미국 정부가 국민에게 그대로 광우병 위험을 방치한다는 말인데…… 갈비에 입맛이 돌아 20년이나 뼈에 붙은 힘줄까지 뜯어 먹었는데 아직 괜찮으니 별 문제는 없는 것 같다.
노무현 정권 초기인 2002년 미군 탱크에 깔려 숨진 중학생 효순·미선양 사건을 계기로 휘돌았던 반미의 칼바람이 6년이 지난 요즘에도 등골을 파고든다. 고의성 없는 교통상해 사건은 형사 처벌을 하지 않는 미국 법과 인사사고를 내면 무조건 과실치사로 감옥에 가야하는 한국 법 사이에서 반미라는 노골적인 감정이 좌충우돌하던 그시절, 미국사는 한인들의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중국 올림픽 성화가 한국을 통과하던 날, 경찰들에게 몽둥이를 휘둘러 대는 중국 유학생 시위대를 한국인들은 어떤 시각으로 보았을까. 폭력 시위 집단 행동에 익숙하다보니 “이웃 중국인이 봐준다.”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친중, 반미의 분위기라면 무리가 있을까.
여름이면 동창이다, 지인이다, 미국을 찾는 서울 사람들이 많은 텐데, 이들에게 뭘 사줘야 할지 고민이다. 광우병 위험에 구이집 데려가면 고기에는 눈길도 주지 않을 것 같고, 설렁탕도 안되고 사골 육수를 사용하는 순두부도 안먹겠다고 할 것인데 뭘 권해야 하나. 생선회는 비싸서 어렵고, 비빔밥이나 먹여 보내야 겠다. 돈 안들어 좋고.
김정섭 국제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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