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닭이 나무에 결려 있다. 위생에 문제가 있어 수거하려고 나선다. 그러면 사람들이 벌떼 같이 모여든다. 왜 죽은 닭을 나무에 걸었나. 짐승의 병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예방을 하려는 건데 제지하다니. 그러니 자칫 민란이라도 날 판이다.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 한 세기 전의 한국이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 세기 전 한국인의 생활은 황당한 게 하나 둘이 아니었다. 그 중 하나가 여기저기 버려진 짚으로 만든 제웅이다.
병을 고치기 위해서 제웅에 옷을 입힌다. 그리고 반드시 길에 버린다. 해서 거리마다 버려진 게 각종 액막이 제웅이다. 액운을 짊어진 제웅에서 옷을 입힌 제웅에 이르기까지.
그뿐인가. 역병을 막는다고 문설주에 짚신을 매달았다. 쇠머리, 마늘도 그런 용도로 쓰였다. 미신이 의식세계를 사로잡다시피 했다고 할까. 한 세기 전의 한국인의 생활이다.
미신은 ‘무엇에 끌려서 잘못 믿거나 아무 과학적 근거도 없는 것을 맹신하는 것’으로 사전에는 풀이돼 있다. 미신을 믿는 사람은 누군가의 ‘카더라’에 주로 의존하는 경향이다. 이성적이고 독립된 판단력이 결여돼 있다. 이런 사람일수록 미신에 현혹되기 쉽다는 것이다.
지난주부터 한국에서 ‘광우병 미신’이 판을 치고 있다. 공기로 전염되고, 조금만 접촉해도 감염되고, 미국산 소를 원료로 사용한 화장품을 통해서도 감염된다고 난리다. 그 독약과도 같은 미국산 쇠고기를 그렇기 때문에 미국들은 안 먹고 수출이나 한다는 것이다.
온통 ‘카더라’식의 황당무계한 이야기다. 앞뒤가 안 맞는다. 그 이야기를 그런데 믿는다. 그리고 행동으로 나선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절대반대 촛불시위다.
한국사회의 한 세력이 의도적으로 ‘광우병 미신’을 퍼뜨리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 번져나가는 그 유언비어에 10대, 특히 여중고생들이 흥분해 있다는 보도다.
여기까지는 어디까지나 인터넷 시대의 해프닝 정도로 봐줄 수도 있다. 철없는 아이들이니까 하고. 그게 그런데 아닌 모양이다. 광우병으로 사람이 죽었다는 허위 보도가 나돈다. 거기다가 정치권까지 나섰다.
야당이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쇠고기 수입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런 법이 한국의 국회에서 실제로 통과된다고 치자. 세계는 어떤 눈으로 한국을 바라볼까. 생각만 해도 괜히 얼굴이 달아오른다.
역사의 되풀이는 비극이다. 두 번째 되풀이는 그러나 소극(笑劇)이다.
‘효선이 미선이’의 재탕삼탕을 통해 뭔가를 얻어내려는 그 몸짓이 코미디 연기로 보여서 하는 말이다. 이성과 과학적 근거는 실종된채 미신과 괴담만이 난무하는 한국의 요즘 사태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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