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값 인상으로 주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뛰는 물가로 장바구니가 가벼워지는 만큼 가정의 식탁을 책임지는 주부들의 마음은 무거워진다. 산호세에 위치한 한국마켓에서 주부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식료품값 인상에 초라해진 식탁
“뒤뜰에 야채라도 심고 싶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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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하나 말아야하나, 물건을 앞에 놓고 ‘저울질’을 계속하는 주부, 몇 번이고 집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주부, 사재기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카트에 쌀 4포대를 담아 황급히 자리를 뜨거나, 가족들 입맛에 상관없이 무조건 세일품목만 찾는 주부… 마켓에 장보러 나온 주부들의 모습은 제각각 다르지만 “사기가 겁난다는” 이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USA 투데이지와 갤럽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73%가 물가상승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다. 식료품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계란, 식빵, 우유 등 실생활에 가장 많이 쓰이는 생필품들이 지난 1년사이 현저하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식탁을 책임지는 주부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고 있다.
“어휴~ 차라리 뒤뜰에 야채를 심고 싶은 심정이에요.”
이민생활 20여년 째라는 정혜경 주부(45세, 산타클라라)는 올개닉을 부담없이 사먹던 지난날을 생각하며 무거운 마음을 토로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카트에 한가득 쇼핑을 해도 액수는 얼마 안됐는데 요즘은 한달 생활비가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찬거리가 오히려 줄었어요.”
정 씨는 “원자재값 인상으로 식당 음식값마저 올라 외식을 자제하는 형편인데 가족들에게 내놓을 변변한 찬거리가 없어 큰일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계란값이 가장 많이 오른 것을 실감한다는 정 씨는 1단에 20전하던 파가 최근 39전이 됐다며 어이없어 했다.
특히 쌀, 라면, 밀가루 제품들은 얼마전 인상되었음에도 곧 또다시 오른다는 ‘풍문’에 주부들의 사제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형편. 그러나 정 씨는 “쌀을 사재기하는 건 자제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몇포대씩 쌀을 사가는 것을 보면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일인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라며 ‘사재기 족’에 따금한 일침을 놓았다.
산호세 지역에 위치한 한국마켓 관계자는 아무래도 유가인상에 물가까지 상승하다보니 장거리 손님이 줄어들었고 손님들 또한 가격이 조금이라도 다운된 제품, 혹은 세일 아이템에 더 민감해졌다고 전했다. 물가상승 부담으로 지갑 열기가 겁난다는 박진희 주부(39세, 샌프란시스코)는 월급은 제자리걸음인데 식료품 값이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니 마음의 부담은 크고 그러다 보니 줄일 것이라곤 먹는 것 뿐 아니겠냐며 두 번 장 볼 일을 한번으로 줄였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토해냈다. .
한 주부는 가격이 변동 없는 제품들은 오히려 질이 나빠지고 양이 줄었다며 ‘눈가리고 아옹’식의 판매방식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불과 일년 사이 지속적으로 치솟고 있는 물가상승에 각 가정의 장바구니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가족을 위해 맛있는 식품이 가득 채워져야 할 장바구니가 가벼워질수록 주부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권선주 기자> agatha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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