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날씨 치고는 바람이 매섭다. 마치 늦가을을 방불케 분위기에서 거리에서는 춤판이 벌어졌다. 아무개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벌이는 춤판이다. 그러나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춤추는 자동인형이 시간이 돼 움직이고 있다는 식의 무감각한 반응이다.
때마침 그 거리를 지나는 한 택시의 안. 승객이 택시기사에게 말을 건넨다. “이번 총선 결과가 어떻게 될까요. 누구를 찍으실 건가요.” 택시기사의 대답은 퉁명스럽기만 하다. “관심 없어요. 누가 출마했는지도 모릅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멋쩍은 침묵만 흐른다.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둔 서울의 표정이다. 한 마디로 무관심에 무반응이다.
이번 총선은 그러면 어떤 총선이 될까. 패자만 있고 승자는 없는 그런 선거가 되는 게 아닐까. 기묘하게도 거물로 불리는 정치인들이 하나 같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입장에 처해 하는 말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대통령의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러나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서울 동작 을에서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이 맞은 운명이다. 통합민주당의 손학규 대표 역시 생사의 기로에 서 있기는 마찬가지다. 오죽했으면 한 표, 한 표를 읍소하고 다닐까.
정동영·손학규 민주당의 ‘두 톱’의 생환이 어렵다. 일반적 관측이다. 그 경우 그들의 당 내 위상은 하룻밤 사이 무너진다. 때문에 ‘민주당의 두 톱’은 이번 총선의 최대 패자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의 처지도 탄탄한 것만은 아니다.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무난히 넘길 경우 박근혜 전 대표의 위상은 흔들린다. 아니, 그 입지가 위태로울지도 모른다. 그녀의 몸값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한다고 해서 박근혜의 입지가 강화된다고 볼 수는 없다. 선거유세를 거부한데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어서다.
어쨌거나 한나라당이 안정 과반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게 총선을 바로 앞둔 예상. 그래서 일부에서 나오는 전망은 박 전 대표 역시 패자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왜 이번 총선은 이처럼 기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을까. 무기력한 정치가 그 답으로 보인다.
‘스타’ 정치인도 없다. 정책대결도 없다. 누가 진보이고, 보수인지 구별이 안 간다. 거기다가 정치에 대한 혐오도 겹쳤다. 공천과정에서 그토록 난리를 치더니 고만고만한 인물을 내보냈구나 하는.
그 결과 투표율은 사상 최저선인 50%선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으로, 이번 총선의 최대 패배자는 한국 국민들이 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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