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인이 운영하는 세탁소를 상대로 현직 판사가 천문학적인 액수의 소송을 제기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끈 적이 있었다. 이 사건을 두고 한편에서는 법을 아는 판사가 자신이 가진 힘과 지식을 악용해서 약자인 세탁소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했다는 면에서 한인사회의 분노를 샀고 주류 변호사 협회에서도 원고판사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인 의견을 발표했었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의료계에서 일어났다.
2003년 9월11일 에미상 수상자인 존 리터는 드라마 촬영중 심한 가슴통증으로 LA 인근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응급실 의사는 가슴 엑스레이를 촬영하도록 했고 급성 심근경색으로 진단하고 심장내과 전문의를 불렀다. 엑스레이 촬영이 지연되는 동안 그는 응급실에서 사망했다. 부검결과 대동맥 박리로 진단되었고 병원 및 의료진의 과실을 문제 삼아 가족들은 자그마치 6,700만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사망자가 유명한 배우였고 그 액수가 천문학적으로 많아서 주류언론의 관심을 많이 끌었다.
거의 4년 가까운 법정 공방 끝에 배심원 재판결과 의사는 과실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
이 사건은 여러 가지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첫째, 대동맥 박리(혈관내막이 찢어지면서 혈액이 내벽을 타고 진행하는 질환)의 초기 증상은 심근경색과 같아서 정밀검사를 실시하지 않으면 진단이 힘들기 때문에 응급실에서도 흔히 놓치는 질환이다. 둘째, 이 질환은 흔치 않아서 심근경색 대신에 대동맥 박리를 먼저 의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셋째로, 대동맥 박리는 박리가 진행되면 미리 진단해서 수술한다 하더라도 사망률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넷째, 소송액수가 천문학적으로 많은데 이는 의사 일개인이 평생을 쓰지 않고 일하더라도 갚을 수 없는 액수이다. 다섯째, 이번 케이스는 아무리 보아도 한국계 심장내과 의사의 잘못은 아닌데도 한국 의사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되었다.
의뢰받은 심장전문의는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진단 및 치료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다는 것은 매우 슬플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사망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데 현대 의학이 아무리 발달되었다 하더라도 의료진이 최선을 다했다고 하더라도 사망할 환자를 살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무분별한 소송행위의 부담은 일반 국민들이 져야 하고 의료인들로 하여금 방어 진료를 하게끔 만들고 있다. 이 또한 국민들의 몫이다.
문의 (213)383-9388
이영직
<내과전문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