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민심’을 알아보는 방법중 하나가 택시기사들의 얘기를 듣는 것이다. 한국 대선 취재를 가도 반드시 거치는 취재처가 다름 아닌 택시기사들이다.
다양한 계층의 손님들을 태우다 보면 이런 저런 세상 살아가는 얘기를 많이 접하게 되는 직업 특수성 때문이다.
요즘 한인타운 택시기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손님들의 화두는 ‘귀향’(한국으로 돌아감)과 ‘전업’이란다. 그래서 어떤 손님은 맨 정신에, 또 어떤 손님은 술김에 속내를 털어 놓다 보면 택시안은 어느새 한숨으로 가득 차 버리기 일쑤란다.
한국으로의 역이민 생각은 한국이 미국 못지않은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데 대한 동경이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이민자 사회의 꿈을 이루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은 현실속에서 나온 상대적 박탈감일 수도 있다.
TV나 비디오 드라마를 보면서 비쳐지는 한국의 명암도 있지만, 그 주변에 보이는 일상생활이 오히려 미국보다 훨씬 활기차고, 비전이 있어 보인다. 당연히 부러울 수 밖에 없고, 한 번쯤 귀국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전업 역시 현재 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숨구멍을 찾아보려는 서민들의 자구책이자 몸부림일 것이다. 이것저것 안되니 할 수 없이 생계를 위한 또다른 선택을 찾아보는 것이다.
취재를 위해 만난 비영리기관들도 가슴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당장 7월1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회계연도에 맞춰 재정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펀드를 확보하기가 무척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들어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기업들이 긴축재정에 나서고, 정부기관들은 예산삭감으로 사업과 직원을 줄여야 할 형편이어서 더 많은 돈을 따내기 위해 며칠 밤을 세워가며 각종 사업플랜을 만들고, 차트를 제작해 설명해도 반응이 전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한인 비영리기관들의 경우 한인사회에서 나오는 펀드가 워낙 적어 대기업과 정부기관, 그리고 지원단체들에 대한 의존도가 거의 절대적이었던 만큼, 더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죽하면 모 한인 비영리기관 관계자가 “차기 회계연도 사업조차 확정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이젠 한인사회에서 몇 달러씩이라 십시일반 모금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고 한숨을 내쉬었을까.
이 모두가 경제에서 비롯됐다.
주택시장은 꽁꽁 얼어버렸고, 개스비는 어느새 갤런당 3달러를 훌쩍 뛰어 넘어 4달러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또 장바구니 물가 역시 심상치 않아 가계를 책임진 주부들의 마음도 무거워지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경기침체의 장기화 우려이다.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현재의 상황이 바로 해결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없다. 이미 단단히 위축된 경제심리가 한 순간에 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일수록 희망과 자신감을 잃어서는 안된다.
올해 들어 본보에서는 부족한 2% 채우기 운동을 전개해 왔다.
일방적으로 우리 한인사회를 평가절하거나, 부정적인 시각을 구체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잘하고 있는데 조금 더 노력해 한인사회를 새로운 차원으로 업그레이드 시키자는 뜻에서 마련된 것이다.
지금은 이 운동을 우리 스스로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쪽에 방향을 맞춰야 하는 시기가 됐다. 지금이 힘들어 무작정 귀향이나 전업을 생각하는 이웃, 친구, 친지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관심과 밝은 말 한마디는 큰 용기가 될 수 있다.
물론 말 한마디가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환한 미소를 보낼 수 있는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황성락 특집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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