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싱톤한인교회, 입양아-부모 초청 설 행사
데니는 연신 젓가락질을 해보지만 만두는 생각처럼 쉬 집어지지 않았다. “얘야. 젓가락질은 이렇게 하는 거란다.” 부모의 서툰 설명에 따라 어렵사리 만두를 입에 넣은 소년은 성취감에 부모를 돌아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데니처럼 젓가락질이 도무지 생소하기만 한 까만 머리의 아이들이 9일 오후 맥클린의 와싱톤한인교회(목사 김영봉)에 모여들었다. 한국 땅을 떠난 지 채 1년도 안됐을 꼬마에서 색동옷을 곱게 차려입은 소녀, 이제 사춘기로 접어드는 소년도 금발의 부모 손을 잡고 교회 문을 들어섰다.
이날은 이 교회가 입양아 부모 단체인 ‘코리안 포커스’를 초청해 마련한 설날 잔치. 김영봉 목사는 “정체성 혼란을 겪을 입양아와 그 부모들에 한국과 그 문화를 알리고 싶어 작은 잔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오프닝 세리머니에는 권태면 총영사와 자원봉사자 등 250여명이 참석, 코러스 하우스에서 제공한 한국 영상물을 감상하고 한인 청소년들의 브레이크 댄스 퍼포먼스를 지켜봤다. 또 미 해군사관학교에 재학 중인 한인 입양아 출신 생도 6명도 참석, 어린 입양아들을 격려했다.
기념행사 후에는 한국 음식 시식 및 워크샵이 이어졌다. 교회 측은 만두, 잡채, 김밥, 송편 등을 제공하고 산적 요리 시범을 통해 한국 음식의 특징과 요리법을 설명했다. 김밥을 먹던 한 아이는 가물거리는 기억의 한 자락이라도 붙잡으려는 듯 몇 번이고 ‘김밥’을 되뇌이다 민속놀이 장으로 달려갔다.
행사장 한켠에는 한복과 한국 공예품들이 전시됐으며 투호와 팽이, 제기차기 같은 민속놀이판이 마련돼 아이들의 신명을 돋았다. 아이들은 신기함에 눈망울을 굴리며 푸른 눈의 ‘대디’와 ‘마미’의 손을 이방 저방으로 이끌었다.
교회의 한쪽 방에서는 아이들이 한복으로 갈아입고 양부모에 세배를 드리는 정겨운 모습이 연출됐다. 또 양부모들이 한국의 전통 혼례복을 입고 맞절을 하는 체험 ‘시집가는 날’도 열려 흥겨움을 더했다.
한국 전통동화 구연과 종이접기, 붓글씨 교실도 열렸다. 5살짜리 에이미는 붓을 잡고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먹물을 찍어 글씨를 써봤지만 이내 긴 한숨을 토해내며 붓을 내려놓았다.
사물놀이 워크샵에는 아이들이 모여 북과 장고, 징, 꽹과리 즉석 강습을 받았다. 장난꾸러기처럼 생긴 마크는 신기한 듯 북채를 잡았다가 제 소리에 놀라 귀를 틀어막았다.
이번 행사에 두 번째 참가했다는 대니얼씨는 “입양한지 3년 된 아이에게 제 모국의 문화를 알려주려고 데려왔다”며 “아이가 너무 좋아해 제 마음도 기쁘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나고 모처럼 자신과 피부색이 같은 또래들을 만난 아이들은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내 풀리지 않을 물음표를 안고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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