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A시가 행정직 공무원을 뽑기 위한 자격시험 신청을 받는다는 기사가 나간 후 다양한 독자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LA시는 일반 행정직 시작 단계인 ‘매니지먼트 어시스턴트’ 자격시험을 2~3년에 한번씩 실시, 유자격자를 선별해 놨다가 부서별로 결원이 생기면 최종 인터뷰를 통해 선발하곤 한다.
초봉이 4만 달러 이상으로 나쁘지 않은데다 각종 의료보험과 연금혜택을 받을 수 있고, 큰 정부기관이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특히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지원 자격이 된다는 부분 때문에 1세 한인들의 관심이 높았다.
북가주 샌타로사에서 69세의 고령에도 미우정국 배달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한 한인은 “60세가 넘어 일을 시작했지만, 연금혜택이 근무연차에 따라 쌓여가는 것을 보며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면서 “서른 넘은 자식이라도 일찌감치 공무원이 돼 안정적인 생활을 했으면 하는 희망이다”고 말했다.
원하지 않는 시점에 ‘잘릴’ 걱정이 없어 가장 안정적 직장으로 꼽히는 공무원직은 비꼬는 의미에서 ‘철밥통’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쫓겨날 일 없는 근무환경과 공무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 안정적인 근무시간 등을 종합해 퇴직 때까지 얻을 수 있는 모든 무형의 소득까지 종합해 공무원부부를 ‘중소기업’에 비유하기도 한다.
스몰비즈니스의 천국인 미국은 “돈 벌려면, 비즈니스를 하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창업 권하는 사회’이다. 하지만 ‘삶의 질’을 고려해 공무원이 되려는 한인들도 많이 있다. 여기에는 이민자로서 한인 커뮤니티에만 머물지 않고 소위 ‘주류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났다는 자부심도 한몫한다.
남가주 한인 공무원들이 힘을 합쳐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공무원직 세미나에 매번 수백명의 한인들이 몰리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한인 경제권은 적정 규모의 스몰비즈니스를 장기간 운영해 쌓은 부로 은퇴를 준비하는 삶이 가장 전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그에 반해 안정적인 직장생활에 대한 욕구도 강하다. 파이의 크기가 작더라도 맘 편히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는 파이를 원하는 것이다. 선택은 물론 각자 추구하는 가치관에 달려있다. ‘철밥통’으로 눈총을 받으면 어떠랴. 자신이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다면.
배형직
경제부 차장대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