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털같이 많게만 여겨졌던 1년 365일이 또 훌쩍 지나간다. 벌써 2007년 한해를 마감하는 날을 맞았다.
올해는 ‘황금돼지의 해’라고 불리며 많은 사람들이 잔뜩 기대했던 정해년(丁亥年)이었다. 정초 금칠한 돼지저금통이 타운 선물가게에 가득 쌓였으며 황금돼지 모양의 핸드폰 액세서리들이 히트 상품으로 등장했었다. 이웃의 한 한인 부부는 올해 아기를 낳기 위해 무단히도 노력(?)한 끝에 내일 모레 40세를 앞두고 늦둥이를 봤다.
이렇게 희망을 갖고 시작한 한 해지만 언론사들이 선정한 10대 뉴스를 보면 어둡고 우울한 일들이 훨씬 많았다.
미국 사상 최악의 총격사건으로 기록된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인 학생인 조승희라는 사실은 ‘경악’ 그 자체였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에 한인 커뮤니티는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했고 주류사회에 죄송한 마음까지 감출 수 없었다. 버지니아텍 총기사건은 한인언론들 외에도 미 주류언론 그리고 한국 언론들까지 올해의 톱뉴스로 뽑고 있다.
올해 최고의 ‘황당 뉴스’는 워싱턴 DC에서 발생한 한인 세탁소 바지소송일 것이다. 현지 판사라는 자가 세탁소가 바지를 분실했다는 이유로 5,400만달러의 피해보상 소송을 걸었다. 한인 업주는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그동안 쌓인 소송비용과 정신적인 후유증으로 끝내 세탁소의 문을 닫게 되면서 이 스토리를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못하게 된다.
끝없이 치솟는 개솔린 가격과 부동산 시장의 침체 그리고 경제계를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었던 서브프라임 사태도 짜증이 날 정도로 자주 신문지상에 올라 왔다. 덩달아 한인은행 주가가 폭락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한 마음은 연말을 맞아 더욱 고조됐다. 타운 내 업소들은 연말인데도 매상이 3분의1은 줄었다고 아우성들이다.
남가주 최악의 산불 피해와 부시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이민개혁법이 미국의 전반적인 반이민 정서에 밀려 무산되었다는 소식 역시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올해의 ‘굿 뉴스’라면 역사적인 위안부 결의안이 연방 하원을 통과 했다는 것이다. 일본계 3세인 마이클 혼다 의원이 발의한 이 결의안은 특히 한인사회의 자발적인 후원 운동이 의회 통과에 큰 역할을 해 빛을 발하는 개가를 이룩했다.
오늘 해가 지고 나면 내일 또 해가 뜨겠지만, 그 해는 오늘의 해가 아니다. 2008년 새로운 해가 뜬다. 내년 연말 올해의 10대 뉴스를 정리할 때는 올해보다는 훨씬 좋은 소식들이 선정될 것을 기대해 본다.
백두현
특집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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