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을 맞으며 했던 새해 결심 중 하나는 ‘주말 그리피스팍 산행’이었다.
특별히 즐기는 구기종목도 없고, 남들처럼 스포츠 동호회에 가입한 것도 아니고 애 둘 키우느라 정신없는 나에게 주말 산행은 시간과 비용, 거리, 취향 등 많은 면에서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아들까지 동행키로 결정했으니 부자지간 정도 더 돈독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처음 얼마간은 순항하는 듯 했다. 한적한 주말 새벽, 달리는 차창으로 살갗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은 가슴속까지 상쾌했다. 맑은 공기 쐬며 전망이 탁 트인 곳에 올라서 새로운 한 주를 계획하며 숨을 고르다 보면 어느 새 세상 시름은 저 만치 멀어져 가는 느낌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들러 마시는 맥도널드의 커피 한 잔은 주말 산행 일정의 백미. 코끝을 휘감는 은은한 커피향은 이내 온몸에 행복을 묻어나게 했다.
하지만 웬걸. 얼마 지나지 않아 나 역시 그 ‘독한’ 작심삼일의 희생양이 되어가고 있었다. 산행을 하지 못하는 이런저런 ‘변명’은 왜 그리 많던지. “어제 너무 늦게 잤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도 아니면 “날씨가 너무 더워서, 추워서…” 등등의 이유까지 내세우며 나 자신과의 약속은 보기 좋게 깨졌다. 주말 산행은 격주로, 다시 월례 행사로 다음엔 분기마다로 간격이 길어졌다. ‘작심삼일’의 경험은 씁쓸하고 찜찜했다. 큰 마음먹고 시작한 일이 흐지부지 되니 가장 먼저 “또 어겼구나”하는 자책감이 들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시간, 그저 빈둥거리며 TV 리모컨을 만지작거리거나 인터넷에 몰두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는 실망감과 죄책감이 교차하기도 했다.
무자년, 2008년이 딱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신년벽두가 되면 어김없이 회자되는 사자성어 중 하나는 작심삼일. 또 우리 주변에는 의지를 갖고 품은 뜻을 사흘이 못돼 포기한 ‘작심삼일족’들이 무수히 많아질 것이다.
작심삼일이 극복하기 힘든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잘못된 습관’을 꼽는다. 구습, 즉 기존 습관에 안주함으로써 새로운 것 보다는 이전의 편안함으로 돌아가려는 힘인 ‘구습안주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넓고 큰 접시 가장자리에 공을 놓으면 중력의 법칙에 따라 가장 낮은 곳인 가운데 지점에 내려가 안주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생의 80%는 습관으로 이뤄진다.” 이태리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도가 제창한 ‘80대 20법칙’, 즉 시간, 비용, 노력 등과 같은 20%의 투자가 결과의 80%를 좌우한다는 이론과 궤를 같이하는 문구다. 우리의 일상은 아침에 기상해 잠자리에 들 때까지 80%의 습관과 20%의 새로운 행동으로 구성된다.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24시간, 365일을 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심삼일 해결책은 명확하게 나온 셈이다. 좋은 습관을 만들어 실천하고 나쁜 습관을 몰아내면 된다. 세계 경영인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오그 만디노의 ‘위대한 상인의 비밀’에는 이런 명구가 쓰여 있다.
“인간을 성공으로 이끄는 강력한 무기는 풍부한 지식이나 피나는 노력이 아니라 바로 습관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습관의 노예이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지켜야할 첫 번째 법칙은 ‘좋은 습관을 만들고 스스로 그 습관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왜냐 하면 나쁜 습관이 참 독하고 힘이 세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카이 다카요시가 지은 ‘작심삼일씨 습관 바꾸다’(비전과 리더십 간)는 ‘강추’ 도서다.
새해에는 좋은 습관이라는 인생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성공을 향해 비상하는 ‘작심백년’의 한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해광 경제부 부장대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