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한 남자 연예인을 사모하던 여고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여고생은 유서를 통해 ‘펜레터와 선물을 수없이 보내고 모든 팬 미팅에 참여한 자신의 이름을 그 연예인이 기억해주지 않았다’며 ‘내 마음을 그가 알아주지 않아 목숨을 끊는다’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뜨거웠던 대선 레이스가 드디어 끝났다. 직접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순 없었지만 LA한인사회도 이번 대선으로 적잖은 홍역을 치렀다. 이번 대선과 LA한인사회를 엮는 키워드는 단연 ‘후원회’일 것이다. 후보들이 출마를 선언할 때마다 마치 연예인 팬클럽이 생겨나듯 후원회 창설이 유행하는 기현상이 타운을 뜨겁게 달궜다. 후원회장을 맡은 한인사회 인사들은 ‘지역특보’, ‘특별보좌관’, ‘지역총괄본부장’ 등 금테 두른 임명장을 받아들고 열심히 선거운동에 매진했다.
한국을 수 차례 오가며 선거운동을 펼친 한 한인인사는 비공식 석상에서 “이번 선거에서 A후보에게 확실히 얼굴도장을 찍었다”며 “선거에 승리하면 A후보는 LA지역사회를 대표해 자신을 밀어준 나에게 크게 감사하게 될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
문제는 후보들의 입장이다. 한 명의 지지가 아쉬운 마당에 자신의 당선가능성을 보고 후원을 자청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후보들이 그들의 바람과 당부를 다 기억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후원회가 일원화 됐다면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기억할 수 있었겠지만 사분오열된 후원회장들의 외침은 후보의 귀까지 들렸을 리 만무하다.
이제 대선은 막을 내렸다. 승리한 후보를 지지한 후원회든 패배한 후보를 지지한 후원회든 나름대로 이번 대선을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진정으로 LA한인사회의 목소리를 후보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면 후보가 후원회장의 이름을 기억해주지 않더라도 너무 섭섭해하지 말자. 순수한 마음으로 후원회를 이끈 후원회장이라면 철부지 여고생의 연예인 짝사랑을 따라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심민규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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