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직권상정 물리적 저지 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16일 밤 당론으로 반대해온 `BBK 특검법’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자정이 다 돼가는 시간에 긴급회견을 통해 나온 `깜짝 발표’였다.
이 후보의 갑작스런 입장 변경은 이날 밤 국회에서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수백명씩 무리를 지어 물리적 충돌을 빚는 모습을 목격한 직후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데 따른 `대승적 결단’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박형준 대변인은 후보는 물리적 충돌은 정치적 퇴행이므로 스스로 희생을 좀 하더라도 그런 폐단을 혁파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새로운 여의도 정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 본인도 회견에서 대선후보 합동 TV토론 직후 국회에 들러 충돌 상황을 지켜봤음을 밝히면서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당사에 들렀다고 말했다.
또한 특검을 무조건 거부할 경우 `뭔가 구린 것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도 특검 수용의 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가 이날 회견과 의총 발언 등을 통해 특검이 두려워서 반대해 온 것이 아니라 정략적이기 때문에 반대한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노 대통령의 재수사 검토 지시가 결국 특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되면서 특검을 수용하더라도 특검법 논의를 통해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 후보는 이날 오전 BBK 동영상이 공개된 직후 여러 측근들로부터 향후 정국에 대한 보고를 듣고 특검 수용 방안을 일찌감치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대위 관계자는 후보가 오전부터 여러 채널을 통해 보고를 들은 뒤 특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도 어차피 해야 할 것이라면 지금 특검법을 받는 게 낫다고 이 후보를 설득했다고 한다.
문제는 특검 수용의 진정성이다. 신당에서 주장하는 것 처럼 `시간벌기용’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당이 특검법 직권상정 방침을 고수한다면 물리적으로 저지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특검법 합의처리 제안이 시간벌기용이 아님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신당과의 명분 싸움에서도 우위에 서겠다는 판단인 셈이다.
핵심 측근은 신당이 단독으로 특검법을 통과시킨다면 국민들로부터 명분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직권상정 통과는 결국 총선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합의 처리를 위해서는 결국 법사위 논의 등 시간이 필요하고, 이는 신당측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의 선택이 `BBK 동영상’ 공개와 노무현 대통령의 BBK 재수사 검토 지시로 마지막 고비를 맞은 상황에서 `합의처리’를 조건으로 위기 돌파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이 17일로 불과 이틀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인 특검법의 합의처리를 시도할 경우 물리적 시간상 대선이 끝난 뒤의 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당이 이 후보의 특검 수용 발표 직후 일절 타협은 없다며 본회의 직권상정 방침을 고수한 것도 이 같은 분석과 괘를 같이 한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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