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지난 6일 강화도에서 발생한 총기류 탈취사건에 대한 군.경 합동수사가 진행되면서 용의자의 치밀하고도 용의주도한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9일 군.경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용의자는 범행에 앞서 범행장소 주변을 돌며 철저한 사전답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범행현장에서 100여m 떨어진 강화군 한 모텔 외부 폐쇄회로(CC) TV 분석을 통해 용의자가 탄 흰색 코란도 승용차가 사건발생 30여분 전인 6일 오후 5시7분께 모텔 앞을 지나는 장면을 확보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30분 이상 주변 도로사정과 행인의 통행 여부, 도주 예상로 등을 살피며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의자의 치밀함은 범행 후 도주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용의자는 같은 날 오후 7시38분 청북요금소를 통과할 당시 차량판독기에 촬영될 것을 사전에 예상한 듯 야간인 데도 승용차 안의 햇빛가리개를 내려 자신의 얼굴이 화면에 노출되는 것을 막았다.
또 운전석 계기판 위에 각티슈를 올려 놓고 휴지를 최대한 올려 뽑아 놔 자신의 몸을 카메라로부터 최대한 가렸다.
해병대원과 격투 중 다친 용의자가 머리에서 흘러 내린 피를 닦기 위해 계기판 위에 휴지를 올려 놨을 수도 있지만 이 용도라면 운전 중 떨어져 내리기 쉬운 계기판 위보다는 조수석에 휴지를 놓고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피를 흘리며 도주하는 와중에도 군.경의 검거망을 피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는 자신을 최대한 은폐하기 위한 각종 수단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용의자가 범행 1개월여 전 훔친 차량을 경기도 이천의 중고차매매센터에 놔두고 새로운 차를 몰고 달아난 것도 용의주도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용의자는 지난 10월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그랜저 승용차를 훔쳐 몰고 다니다가 다음날 중고차매매센터에 나타나 중고차를 사려는 척 하며 `시승 한번 해 보겠다’고 말한 뒤 그랜저 승용차는 남겨 놓고 코란도 승용차를 몰고 그대로 달아났다.
`범행 후 경기도 화성시 논바닥에 차량을 불태운다’는 계획을 이미 이 때부터 갖고 있었다면 비포장 도로를 달릴 때 유리한 코란도 승용차가 그랜저 승용차보다는 용의자에게 더 쓸모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가 경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밖에 코란도 승용차 번호판의 한 자리 숫자를 4에서 1로 바꾸고, `대리운전’이라는 글자를 차 뒤에 붙였다가 범행 후 떼어 냈으며, 범행 후 차량을 불태워 경찰의 지문채취를 불가능하게 한 것 등도 검거망을 교란하려는 용의자의 치밀한 계산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현장은 증거를 남긴다’는 수사명언처럼 이번 용의자 역시 단서가 될 만한 유류품들을 적지 않게 남겼다.
격투 중 범행현장에 떨어뜨린 모자, 해병대원 귀마개에 튄 용의자의 피, 범행 전 인근 식당에서 건넨 밥값 6천원, 고속도로 요금소에 낸 통행권, 그랜저 승용차에 남겨진 목장갑 등은 용의자의 지문채취와 DNA 감식을 통한 용의자 신원 파악에 결정적인 단서들이 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치밀하고 용의주도하게 계획한 범행이긴 하지만 확보한 단서들을 통해 범인을 검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수사력을 총동원, 하루 빨리 용의자를 검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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