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말 호주에서 열린 해외한민족경제공동체대회에 참석하느라 약 4일간 시드니에 체류하면서 ‘종이호랑이’가 돼버린 미국 달러의 처지(?)를 체감했다.
‘그래도 미국보다 물가가 비싼 곳이 일본이나 영국을 제외하면 얼마나 될까’하는 낭만적인 생각으로 시드니에 도착했지만, 그곳 편의점에서 구입한 물 한병의 가격은 3달러가 넘었다.
미국에서 1달러 95센트 정도하는 스타벅스 레귤러 커피 큰컵의 가격은 2달러70센트로 약 40%나 비쌌다.
물론 미국 달러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지만 않았다면, 체감 물가는 그리 높지 않았겠지만 미국 달러와 호주 달러의 가치가 거의 동일해진 상황에서 LA에서 간 다른 무역협회 회원들도 물가가 너무 높다는데 입을 모았다.
이어 휴가로 방문한 한국의 11월은 원달러 환율 800원대 전망까지 나오면서 1달러대 900원선으로 떨어진 달러가 맥을 못 추고 있었다. 한국에서 스타벅스의 커피의 값이야 비싸기로 소문났지만, 레귤러 커피 작은컵이 3,000원이면 3달러가 넘는 것으로 미국에서 라떼를 사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그만큼 달러만 주머니에 들어있던 소비자로서는 예전과 달리 소비할 수 있는 실질 금액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자신이 부를 갖고 있는 수단인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 당연히 해외에서의 구매력도 줄어든다. 환율이 1달러에 1,200원, 1,300원 하던 시절에야 1,000달러를 바꾸면 100만원이 넘는 돈을 쓸 수 있었지만, 환율이 900원대에서 움직이면서 원화 자산이 없는 미주 한인들이 한국에 나가서 같은 금액으로 소비할 수 있는 효용이 크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빠르게 치솟고 있는 한국의 물가를 감안하면, 1만원권 한 장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수십년전 해외에서 달러벌이를 해왔다고 하면 엄청난 돈이라도 벌어온 것처럼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제 한국의 직장인들은 일찌감치 약해진 미경제에서 눈을 돌려 더 이상 달러화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단일한 통화권과 경제권에서만 생활하고 활동한다면 화폐가 다른 경제권의 화폐에 대해 갖는 상대적 가치에 대해 그리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 어떤 형태로든 부를 이뤘건 한인들도 미국 내에서 벌고 소비한다면 환율과 달러 약세에 그리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세계 경제는 점차 연계성이 높아지고 있고, 화폐가치도 급변하고 있어 더 이상 달러만이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자리를 지키리라는 환상은 깨져 나간 상태다.
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계속 떨어져 왔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달러만이 꼭 안정적인 화폐는 아니란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배형직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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