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을 찾다보면 잊고 지냈던 취재원을 우연히 다시 만나는 경우가 있다. 악연이었던 취재원일수록 감정의 골이 깊어 그런지 다시 만났을 때 애틋함은 정도가 더 한 것 같다. 그래서 ‘애증’이 쌓인 취재원일수록 다시 만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다보면 더 가까운 사이가 되기도 한다.
기자는 이달 초 잊고 지냈던 반가운 얼굴을 다시 만났다. 지난 5월 LA민주평통 이산가족 방문단 취재 차 평양을 방문했을 때 방문단을 영접했던 해외동포원호위원회 최순철 참사가 북한태권도 시범단의 일원으로 LA를 찾은 것. LA국제공항에 도착한 북한 태권도 시범단 일행 속에서 그의 얼굴을 발견했을 때 기자는 그 어떤 취재원을 다시 만났을 때 보다 가슴 벅찬 반가움을 느꼈다.
평양에서 머문 5박 6일 동안 기자는 기사의 수위를 놓고 북한 당국자들과 매일 밤 줄다리기를 벌여야 했다. 좋은 것만 보여주려는 그들의 바람과 기자의 호기심은 결코 같은 방향을 향할 수 없었고 기자는 안내팀의 좌장격인 최참사로부터 매일 밤마다 ‘조국통일에 도움이 되는 기사만 쓰라’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빡빡한 일정과 ‘북한에 왔다’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기자에게 최참사의 잔소리는 평양에 머무르는 내내 아픈 이처럼 기자를 괴롭혔다. 일정을 마치고 평양을 떠날 때 순안공항에 마중나온 최참사가 기자에게 “또 만납시다”라는 상투적인 인사로 작별을 고할 때 “꼭 또 만나요”라고 답례했지만 기자는 솔직히 그와의 ‘영원한’ 헤어짐이 약간은 후련할 정도였다.
5일 밤 사석에서 다시 만난 최참사는 “심선생 다시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지요?”라며 반가움을 나타냈다.
그는 “머무르는 동안 불편하게 해서 미안했다”며 말문을 열고 “기자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공무원으로써 기자들을 상대해야 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일정에 없던 짧은 만남이었던 지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평양에 머물며 쌓였던 그에 대한 섭섭함을 날려버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숙소 앞에서 헤어지면서 그와 악수를 나눴다. 얄미운 취재원에서 가까운 친구로 이름표를 바꾼 그에게 두 번째 작별을 고했다. “최참사 꼭 다시 만납시다.”
심민규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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