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스카를 가다
탓셴쉬니-알섹 강을 따라
(8) Towagh 까지
폴 손/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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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와까지 약 16마일을 내려가야한다. 그 중간에는 텐트를 칠만한 곳이 없으므로 필히 토와까지는 도달해야한다. 내일이면 앨라스카로 들어간다고 한다. 아침에 조슈아의 손을 봤더니 모기들의 습격으로 온통 빨간 점 투성이었다.
지금까지 이 지역을 지나면서 느낀 바로는 Fireweed라는 꽃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았다. 유콘의 산악 지대에서 어디서나 쉽게 접하는 꽃이었다. 먼산에도 한 곳에 모여 피는 이 꽃들을 보며 무슨 과학적인 유추를 하려해도 지식의 한계와 심신의 피로로 오히려 귀찮아졌다. 사실 래프팅이라고는 해본 적이 전혀 없다. 이번에 이 170마일 코스를 완주한다면, 나의 인생에 있어 하나의 기록을 세우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 출생자로서는 처음이라고 하니 한국 군생활 시절 유격, 공수에다 육군 오종 경기 훈련까지 한, 다시 말해 왕년의 그 정신력을 다시 한번 발휘하고 싶었다.
저 멀리 강변에서 독수리가 푸드득 날기 시작했다. 카메라로 따라 가면서 클릭 클릭했다. 어지간히 날아 올랐을 때에는, 갑자기 이사야 40:31의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라는 성경 말씀이 떠올랐다. 옛날 The Navigators의 제자 훈련을 받았을 때, 성경 구절은 어지간히 외웠었다. 이 때의 훈련이 1997년 샌 프란시스코, 산 호세 및 오클랜드에서 있었던 Billy Graham 전도 대회의 한국어 팀 상담자 훈련 및 조직을 총괄하는 담당자 역할의 밑거름이 됐었다. 하여튼, 독수리가 날아가는 모습은 전혀 힘들어 보이질 않았다.
휴식을 위해 한 곳에 머물렀을 때에는, 나무에다 등을 비볐던 곰의 털이 나무 껍질에 남아있었다. 등이 가려워 나무에다 비빈 자국을 보고 있노라니, 약 30년 전 한국일보 시카고 판에 났던 한 독자의 “너의 재혼 이야기”라는 시가 생각났다. 인용하면,
“손이 안닿는 등 쪽 한 구석이
되게 가려운 걸 어쩐담
어깨쭉지 균형을 일그러보고
의자 등 받이에 애써 부벼보는
그 불편함, 안타까움일랑
이제 사람 손에 맡기게 되었네.
외롭던 밥상에 올린
똑 같은 된장국 한 그릇에
훈기 도는 미소가 있어
국 맛이 정으로 차고
하루 지낸 일의 담소를
어찌 진수 성찬에 비하랴. ”
다시 출발하여 가다가 한 곳에 들러 나뭇가지 수집을 했고, 식수는 토와까지 와서 구했다. 다들 마시니, 따라서 그냥 마셨다. 아! 바로 이것이 천연수 맛이구나! 청와대 안의 산책 길에 있는 샘터에서 마셨던 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이 맛! 천연수 그대로였다. 봉이 김선달이 여기서 물을 바깥 세상으로 나를 수만 있다면, 재테크 강의를 열 수도 있으련만. 다행히 상행위를 금하는 엄격한 자연 보호 지역이라 나 자신도 이 맛을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었다.
내일 아침에는 일출 사진을 찍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네시에 일어 나기로 마음 먹었다. GPS 단말기로 해뜨는 방향을 잡아놓고 구도를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삼각대며 카메라를 챙겨서 나가니 구름만 가득한 아침이었다. “기다리는 자에게는 무엇이든지 온다 (Everything comes to him who waits.)”라는 격언에 의구심만 가지며 다시 텐트로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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