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나 햄슬리와 남편 해리의 생전 모습.
‘탐욕시대’ 거부 리오나 햄슬리 평전
헬런 월튼이란 이름을 기억하는가. 샘 월튼의 부인이다. 그 이름 역시 미국의 억만장자 리스트에는 항상 올라 있었다.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업계의 전설 언스트 갤로, 미디어 왕국의 상속녀 바바라 콕스도 마찬가지다. 또 있다. 리오나 햄슬리다. 이들은 인터넷 시대와 관계가 없다. 신흥 부자가 아니다. 오랜 부자들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400대 억만장자 대열에서 빠졌다. 왜. 모두 타계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들이 누린 엄청난 부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잊혀 지는가 했다. 그런데 그녀의 유언장이 공개되면서 다시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게 됐다. 기르던 개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런 내용의 유산이 공개되자 그녀가 생전에 한 유명한 말이 새삼 회자됐다. 그리고 그 명언(?)과 함께 그녀의 이름은 다시 기억됐다.
뉴욕 맨해턴 지역을 주름잡는 호텔업계의 거두였다. 미국을, 뉴욕을 상징하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한 때 그녀의 소유였다. 그녀가 남긴 명언은 세금에 대한 정의다. ‘세금은 우리(부자들)가 내는 게 아니라 힘없는 사람들이 내는 것’이라는. 이런 그녀에게 별명이 따라 붙었다. ‘천박과 심술의 여왕’이다. 말 그대로 억만장자다. 그런 그녀가 소득세 탈세 등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얻은 닉네임이다. 그녀의 이름은 다름 아닌 리오나 햄슬리로, 뉴요커들이 가장 증오하던 이름이었다.
지난해 현재 그녀의 재산은 25억달러로 추산돼 포브스지는 미국의 400대 부자 중 117번째로 꼽기도 했다. ‘세금이란 힘없는 사람이나 내는 것’이란 말은 가정부가 듣고 전한 말로, 80년대 탐욕의 시대를 대표하는 억만장자의 멘탈리티를 엿보게 한다.
본래 모델 출신인 리오나가 호텔업계의 거두가 된 계기는 세 번째 결혼에서 찾을 수 있다. 나름대로 뉴욕의 부동산업계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던 그녀에게 결정적 돈복이 찾아든 때는 1972년이다. 뉴욕을 주름잡고 있던 최대 부동산업자 해리 햄슬리와 결혼을 하게 된 것.
당시 리오나와 그녀의 남편 해리, 두 사람의 재산은 14억달러 정도로 평가됐다. 이런 그들의 생활은 초호화판의 절정이었다. 한 주에 너덧 차례 거대한 볼룸에서 댄스파티를 개최할 정도로. 그러나 세평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터졌다. 거액의 소득세 탈세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1983년과 86년 기간에 상습적으로 탈세를 해온 혐의다. 1년 후, 그러니까 1989년 당시 69세였던 리오나는 탈세에, 거짓 세금보고에, 우편물 사기 등 33개 항목의 중범죄 혐의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남편 해리는 고령에, 기억상실의 무능력자로 인정돼 법정소환에서 면제됐다.
그 재판과정에서 알려진 게 그들의 초호화판 라이프스타일이다. ‘천박과 심술의 여왕’ 리오나의 그 잘나빠진 인품도 동시에 노출됐던 것이다.
인터넷 시대의 부자와는 다른 유형의 억만장자였다. 그런 리오나에게 오늘날 새삼 이런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과잉의 80년대와 대공황 시대의 병리적인 싸구려, 그 두 가지의 이례적인 콤비네이션이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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