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위와 2위 억만장자 게이츠와 버핏. 인터넷 시대의 거품이 빠지면서 미국 내 억만장자의 랭킹에 큰 변화가 따르고 있다.

‘과잉의 인터넷시대’신흥부자들 하나 같이 고전
거품이 빠진 결과… 미국의 거부 랭킹에 큰 변화

돌고 돌아서 돈이라고 했던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게 돈이다. 결코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이동한다. 그게 돈의 생리인 모양이다. 돌고 도는 돈. 그 돈의 움직임은 경제주간지 포브스지가 해마다 선정하는 미국의 부자 순위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포브스 선정 400대 부자 리스트에서 올해에도 1위를 지켰다. 14년 연속 1위다. 평가재산은 550억달러 정도. 2위는 워런 버핏. 재산은 520억달러로 집계됐다. 3위는 카지노 재벌 셸던 아델스(평가재산 280억달러), 4위는 래리 앨리슨(260억달러). 이처럼 4위까지는 지난해와 변동이 없다.
5위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돈의 움직임과 함께 순위가 마구 뒤바뀌고 있다. 지난해까지 12, 13위 수준이었다. 그 랭킹이 올해 공동 5위로 뛰어올랐다. 누가. 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다. 구글의 주식 값이 고공비행을 한 결과다. 가장 주목 대상이 된 억만장자는 기업 사냥꾼 커크 코커리언이다. 한 해 동안 무려 90억달러의 재산이 증가하면서 억만장자 랭킹도 7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 400대 미국의 부자 순위에는 그러나 보여야 할 이름들이 빠져 있다. 하워드 슐츠가 그중의 하나다. 슐츠는 다름 아닌 스타박스의 창업자이자 경영인. 그의 이름이 미국의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슬며시 사라진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블랙 엔터테인먼트 텔리비전(BET)의 로버트 존슨의 이름도 탈락했다. 한 때 미국의 우상으로 추앙받던 마샤 스튜어트의 이름도 보이지 않는다. 또 AOL의 창업자 중의 하나인 스티브 케이스도 400대 부자 랭킹에서 밀려났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AOL부터 사정을 알아보자. 2001년에 이루어진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은 최대 기업합병이다. 그 합병이 그런데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그 와중에 타임워너의 주식 값은 폭락했다. 케이스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지분은 전부 해 3억달러 정도. 결국 평균 13억 정도 이상의 재산을 지녀야 명함을 내놓을 수 있는 미국의 억만장자 대열에서는 밀려난 것이다.
마샤 스튜어트의 몰락도 비슷하다. 마샤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MSO)의 주식 값은 이 업체의 창업자 마샤 스튜어트가 5개월의 형을 치르고 출소한 2005년 3월께만 해도 33달러 선을 마크했다. 그러던 것이 12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게다가 크리스 매든, 메러디스 등 동종업체의 도전이 치열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커피체인의 대명사 스타박스도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맥도널드, 던킨 도너츠 등이 커피를 업그레이드 시켰다. 그 도전의 여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 한 해 스타박스의 주식은 줄잡아 32%나 평가절하 됐다.
AOL, 스타박스, MSO, BET 등은 90년대 가장 잘 나가던 기업이다. 말하자면 ‘코퍼러트 아메리카’의 총아였던 것이다. 이런 그들이 고전을 하고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터넷 시대란 과도기의 종막이라고 할까, 한 시대가 종막을 고하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이다. 그와 함께 거품이 빠졌고, 그 결과 억만장자 대열에서 탈락됐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