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민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세탁소’다.
언어와 문화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성실하게 일하면 보상을 받는 비즈니스로 꼽히는 세탁소는 미전역에서 3만개가 넘는데 이중 50% 이상을 한인들이 점유하고 있다고 추정될 정도로 ‘세탁소’와 ‘코리안’은 뗄 수 없는 관계다.
많은 한인 종사자들은 자연스레 각 지역별로 친목과 권익향상 등을 목적으로 협회를 결성해 운영해 왔고 그렇게 결성된 각 지역협회가 33개에 달한다.
세탁협회는 정부 규제 문제에 공동 대처해야 하고 기계와 재료 구입 등에 있어 ‘공동 구매력’을 행사할 수도 있어 협회내 회원들의 단결력이 좋고 각종 이슈에도 신속하게 대응하며 대표적인 한인 이익단체로 자리를 잡아왔다.
이런 한인 세탁인들을 하나로 묶은 것이 미주한인드라이크리너스총연합회(FKDA)인데 이 단체는 지난해와 올해에 뉴저지와 애너하임에서 세탁장비쇼를 직접 주관하며 한인 세탁업자들이 단순히 소비자가 아니라 업계의 주도적인 위치에 있음을 과시했다.
단결여부에 따라 업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해 전국규모의 이익단체로도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렇게 잘 치러진 세탁장비쇼가 끝나고 반년이 지난 9월초 총연합회 회장이 이사들의 요구에 의해 사퇴의사를 밝히는 상황이 발생했다.
논쟁의 핵심은 세탁장비쇼를 주관한 대행업체와 회장의 관계가 석연치 않고, 자금 지출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사퇴의사를 밝힌 회장은 문제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의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를 밝혀낸 총연 이사진들은 ‘협회 회원간 이권 갈등과 싸움’이란 형태로 상황을 유도하기 보다는 조용하고 조속한 해결 방식을 택했다. 빠른 정리가 결과적으로 협회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 내용도 최근에서야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수습절차’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년으로 예정된 애틀랜타 대회는 현회장이 이미 진행중이던 사업이기 때문에 계속 맡기고 용처가 불분명하게 사용된 돈은 전액 회수한다는 입장이다.
사퇴의사를 밝힌 회장이 명예로운 퇴진 차원에서 마지막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불분명한 예산사용 부분에 대해서 명확히 해명한다면 세탁협회는 다시한번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다른 이사들도 이를 받아들이고 상황을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몰아가지 않는다면 전국 규모 단체로 성장할 경우 꼭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던 한인 단체들에게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모이고 사업을 하다보면 문제가 생겨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배형직 /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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