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에 올거니?”, “몇 시쯤 도착할 것 같아?” 처녀시절 서울서 직장을 다니다가 주말쯤 시골집에 갈라치면 엄마는 내가 도착하는 시간을 정확히 알려고 꽤 애쓰셨다. 철이 꽤 늦게 든 편이라서 나는 그런 엄마가 몹시 성가셨던 기억이 있다. 휴대폰이 있던 시절도 아닌데다가, 오랜만에 친구들도 보고 싶고 이것저것 젊은 날들의 적당히 충동적이고 싶은 주말 비즈니스들은 최소한 집에 가는 날만은 얌전히 접을 수밖에 없는 탓이었을 것이다.
몇 년을 꾸준하게 내 귀향은 마치 정해진 의식처럼 한결같았다. 경춘선 기차가 청량리역을 떠날 때쯤 우리 엄마는 햅쌀 한두 공기쯤을 물에 불릴 것이다. 기차가 대성리나 청평쯤 지나면 부엌에서 서성거리는 엄마 모습이 충분히 그려진다. 드디어 기차가 의암댐을 만나면 엄마는 밥솥을 올려 놓으실 테고 남춘천역을 지날 때면 자글자글 뜸을 들이실 것이다.
집에 도착하면 엄마는 마치 오랫동안 굶긴 자식을 맞아들이듯 반색을 하고 “얼굴이 반쪽이야 반쪽….” 그리고선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하얀 쌀밥을 날렵하게 한 공기 담아 객지에서의 이유 없는 허기를 치유하는 보약인 듯 먹이셨다.
그 때는 귀찮기만 했던 그 따뜻한 밥이 불현듯 생각난 이유는 우리 재미한인들이 본국에 있는 사람보다 밥을 먹는 양이 많다는 통계에 접하고서이다. 가끔 모국여행에서도 느끼는 점이지만, 날이 다르게 세련되어지는 내 고국에서는 이제 싱거운 반찬수도 많아지고 어디서나 나처럼 밥을 한 그릇씩 농군 밥으로 먹는 사람은 별로 볼 수 없다. 객지에 산다는 일이 어쩐지 허기지는 일일 거라는 쓸쓸한 생각도 나고, 그래서인지 우리 주변에 당뇨병이 범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당뇨병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민생활하면서 당뇨병처럼 잘 조절하기 어려운 만성병이 또 있을까싶다. 음식과 운동 그리고 처방약을 잘 조화있게 써서 조절만 하면 별 문제없는 병이지만 자칫 치료를 잘못하면 실명을 할 수도, 콩팥기능 저하에다 심지어 수족을 잃을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코리안 리소스 센터에서 시작하는 당뇨조절 프로그램 연구는 그래서 당이 잘 조절 안 되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철저히 교육하여 본인 스스로가 자신있게 합병증 예방을 하고 자기건강을 지키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힘든 객지생활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 분들께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대접하는 기분으로 정성스럽게 만든 프로그램이므로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밥은 물론 콩도 많이 들어간 ‘현미잡곡밥’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