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으로 미국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서브프라임 주택융자가 가져온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무엇이든 지나치면 거기에 대가가 따른다는 경제 원칙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한다. 그런데 지금 신용경색 문제는 소비자들 모두가 이해하는 광범위한 문제이지만, 금융면에서 보아 그보다 정도가 못지않을 정도로 경제에 신용경색 문제를 야기한 주범이 또 있다.
사모펀드들이 야기한 LBO 잔치들이 그 주범이다.
쉽게 그 배경을 말씀드리면 이렇다. 연방준비은행(FRB)에서 금세기 초의 하이텍 버블 붕괴 이후 경제 불안을 막기 위해서 이자율을 아주 낮은 수준으로 낮추었다. 덕분에 이자 부담이 적어진 회사들의 순이익들이 많이 오르고, 모기지 납부 부담이 적어진 소비자들이 마구 집을 사는 통에 주택가격 상승이 따르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에퀴티가 많아진 소비자들이 소비를 늘렸다. 부동산에 돈이 몰리니 주식시장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낮은 이자율에다, 주식가격은 신통치 않고, 높은 순이익들로 풍부해진 자금이 야기한 현상이 사모펀드들의 LBO(빌린 돈으로 다른 회사 사버리기) 잔치였다. 자기들의 돈으로 딴 회사 들을 산 게 아니었다. 100만달러 가치의 회사가 탐이 나면 70만달러 정도의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었다. 물론 이 빌린 70만달러는 자기 회사 부담이 되는 게 아니고 사게 된 회사의 장부에 올라가니 사모펀드 쪽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물론 없다.
사게 된 회사의 경영을 물론 잘해야 하나, 조금만 영업실적이 올라가도 이런 거래(deal)들은 펀드의 수익성을 엄청나게 좋게 만든다. 잘 살펴보자. 100만달러에 대한 이익률이 3프로 정도만 되면 원래 사모펀드에서 들인 투자가 30만달러뿐이니까(70만은 빌린 돈이다) 사모펀드에서는 10프로를 번 셈이 된다.
그런데 실제 월스트릿에서 이 사모펀드가 번 돈은 이것뿐이 아니다. 회사 구입 때 관련된 수수료며, 자금조달 수수료, 경영비용 등 몇 프로가 더 벌린다. 거기에다 70만달러 빌린 돈에 대한 이자는 세금공제까지 되니까 사게 된 회사의 납세액까지 엄청나게 줄어든다. 이러니 필자가 LBO 잔치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잔치들의 초창기에는 회사 구입가격들이 제대로 시장에 나왔다. 한인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니만 마커스가 50억달러에 팔리는 등 거래가격들이 제대로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지난 과거의 광풍들이 불 때 그랬던 것처럼 이 잔치에 나온 구입가격들이 미친 수준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30프로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고 하면서 남가주나 뉴욕의 부동산 시장처럼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수준으로 이 값들이 뛰고 이것이 2006년에는 극에 달하는 지경이 되었다.
물론 부동산 시장에서처럼 여기에서도 발 빠른 사모펀드에서는 이 구입가격들이 미친 듯이 뛰자 재빨리 모든 소유 회사들을 팔아버리고 유동자금을 보유해서 값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재주들을 보였지만, 많은 뒤차 탄 펀드들은 망하거나 지금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다.
어디에서 돈들이 나와서 이렇게 쉽게 LBO들이 이루어졌는가. 그건 이렇게 보면 된다. 연방금리가 워낙 싸게 책정되었을 때는 헤지펀드나 심지어 많은 외국 은행들까지도 이자만 높게 준다면 쉽게 채권들을 사는 경향이었다.
이 분위기에서는 정크본드까지도 쉽게 팔렸다. 개인 주택 구입자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문제인 것처럼, 직접 자금시장에서의 관련은 별로 없으나 회사들이 벌인 이런 잔치들이 모두 이제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낮은 이자율은 지나치게 되면 이렇게 때로는 경제를 망가뜨린다. 우리 인생에서처럼 때로는 찬바람이 불어 정신이 들어야 일들이 제대로 보이는 것과 같이, 경제에서도 자금조달 비용이 너무 적은 수준으로 오래가다 보면 모두가 이렇게 기강해이가 되고 질서가 무너지는 것이다. 지금은 이 모든 것들이 조정국면으로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되겠다.
이종열 /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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