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 감독 ‘사랑’에서 박시연과 주연
어찌 보면 큰 고비가 될 수 있다. 데뷔 이후 ‘스타’가 아닌 적은 없었으나 ‘배우’로서는 자신의 성에 차지 않았던 주진모(33)에게 20일 개봉할 곽경택 감독의 ‘사랑’(제작 진인사 필름)은 의미심장한 영화다.
주진모는 처음부터 자신감 갖고 시작해서 그런지 부담이 없지 않았지만 자신 있다면서도 단독 주연을 처음 맡은 저나, 건재함을 알려야 하는 곽 감독님이나, 인생에서 소중한 경험을 했던 시연이, 그리고 제작사 모두 목숨 걸고 찍었다며 비장한 느낌을 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흥행 성공과 드라마 ‘게임의 여왕’에서의 호연으로 그 어느 해보다 알찬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주진모는 두 작품의 성공 여운이 가시기 전에 ‘사랑’을 선택했고 5월 이후 이 작품에만 집중했다. 러닝타임의 90% 이상 등장할 정도로 ‘사랑’에서 주진모의 역할은 지대하다.
‘사랑’은 ‘친구’ ‘똥개’ ‘태풍’ 등 굵직한 남자 영화를 만들었던 곽경택 감독이 내놓는 멜로 영화. 예고편만 봐도 한 남자의 목숨 건, 진하고 센 사랑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감독님과 처음 이야기할 때 요즘 시대에 예상하지 못한, 관객의 뒤통수를 쳐보자고 했어요. 언뜻 보기에 신파일 수 있죠. 그런데 그 줄거리에 붙어 있는 살이 보통이 아니에요. 관객이 신파라는 걸 알면서도 따라올 수밖에 없는. 그래서 마치 내 이야기처럼 가슴 졸이며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인호와 민주. 첫사랑 민주로 인해 인생의 방향이 잘못됐음에도 인호는 민주를 사랑한다. 어른이 돼 인호 앞에 다시 선 민주는 보스의 여자. 인호는 또 한번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제목에서 느껴지다시피 결국 사랑을 택한다.
첫사랑에 목숨 거는 한 남자 이야기는 자주 만날 수 있으니 여기에 뭔가 다른 ‘살’이 붙어야 할 것. 주진모는 바로 그 부분에서 자신했다.
남자 영화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이것도 딱 뒤통수치는 지점이에요. 감성적인 면이 꽤 깊습니다. 액션 신은 예고편에서 보는 게 전부이니 여성 관객분도 마음 놓으실 수 있죠(웃음).
주진모는 인터뷰 내내 단독 주연작을 맡은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제가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것, 여러분들이 보지 못했던 것을 다 쏟아부으려 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동안 부담감보다는 신났고 에너지가 솟아났어요. 한번 제대로 발산시켜 보자, 그랬죠. 그래서일까요. 마치고 났더니 뿌듯했습니다. 지금까지 ‘여배우 띄워주는 남자배우’였는데, 이번엔 제가 한번 떠보려구요. 하하.
이 작품에 임하면서 백지 상태로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얼굴로 가는 배우는 한계가 있고, 더 이상 꽃미남 스타도 아니며, 이제부터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예전에는 솔직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땐 이거 하다 안되면 다른 길로 가면 되니까 지금만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남자배우는 30대가 돼야 연기를 알아간다는 말의 뜻을 알 것도 같고, 이젠 배우라는 길로 제 인생의 길을 정했으니 ‘열심히’가 아니라 ‘잘’해보고 싶어요.
’미녀는 괴로워’와 ‘게임의 여왕’으로 인기를 얻었으나 결코 채워지지 않았던 빈자리가 많았는데 ‘사랑’이 꽉 찬 느낌으로 다가왔다. 시나리오를 보고 이틀 동안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흥분됐다고 한다.
이걸 하면 제 인생에 후회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시기에 제가 올인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 거죠.
다분히 감성적인 내용인 까닭에 자신의 사랑과 이별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됐다. 그때를 회상하며 감정선을 잡아갔고, 큰 도움이 됐다. 마침 상대역 박시연도 에릭과의 결별로 큰 혼돈에 빠져 있는 상황. 두 사람의 감정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냈는지 궁금해진다.
시연이가 보이는 것과 참 다른 친구예요. 새침하게 생겼는데, 아니에요. 털털하고 소탈하고. 연기를 하는데 제가 먼저 다가갔더니 놀라더군요. ‘난 네가 민주로 보여야 하고, 넌 날 인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더니 이해했습니다. 시연이의 연기 테크닉은 말하기 그렇지만 연기의 감정선은 정말 좋았어요.
주진모는 ‘잊혀지지 않는 배우, 관객이 꾸준히 찾는 배우, 가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신비주의는 아니어도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며 제 필요와 계획에 의한 거예요 저 롱런하고 싶거든요라고 말하며 씩 웃는다.
주진모가 제대로 한번 찍었다는, 폭발과 발산의 감정을 가져봤다는 영화 ‘사랑’이 궁금해진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kunnom/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