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말들이 세상의 경제적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한창 일하기 좋은 나이로 보아주는 오륙십대의 중요한 인력이 그냥 낭비되는 사회적 코스트가 엄청나겠지만,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취직을 못하는 시절이니 오늘 칼럼의 테마가 한국에선 별로 이슈도 되지 못할 정도로 세상이 험악해져 버린걸 느낀다. 무능한 정치 십몇년에 그렇게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다는 얘기가 되겠다.
미국경제계를 돌아보면 떠나는 경영자들을 어떻게 좋은 자원으로 쓰고 있는가 아닌가에 따 라 기업들의 모양새도 달라지는 것을 본다. 근래의 좋은 예로는 홈 디포의 경영자들을 들 수 있다. 원래 미국 기업들의 최고경영자 후보들을 양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 GE의 후계자경쟁에서 제프 임멜트에게 밀려난 로버트 나델리를 2000년 영입할 때만 해도 홈 디포의 경영실적은 괜찮았다.
그런데 홈 디포의 전임 최고경영자 아서 블랭크와 공동창업자 버니 마커스에게 자기 자신은 소매쪽의 경험이 전무하니 조언이 필요하다고 업무인계시에 하던 부탁과는 달리, 후임으로온 나델리는 업무인계가 끝나자 곧 전임자들과의 연락을 끊었다. 무늬만 새로운 경영방법을 쓴다고 야단스럽게 몇년을 떠들던 나델리는 홈디포의 회사내 사람들끼리의 팀웍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간간의 신의를 휴지처럼 만들어버려 홈디포의 장래에 치명적인 상처를 만들었다.
결국 자기 취임 때보다 주식가격은 떨어지게 만들면서 자기 잇속만 챙겨서 수억달러를 보수와 퇴직금으로 받아내고 나델리는 떠났다. 새로 취임한 최고경영자가 다행히 괜찮은 사람이라 다시 블랭크와 마커스 두 소매전문가 창업공신들의 지혜를 듣고 회사를 재건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 다행이다.
경영학을 공부하다보면 많은 조직에서 나델리같은 이기적이고 무능한 경영자들이 전임자들의 좋은 전통을 깨고 새로운 경영이란 미명하에 조직을 어렵게 하는 예를 보게된다. 전임자와 후임자간의 순조로운 경영권 이체가 되지 않으면 조직 자체가 어려워지는 예는 너무나 많다. 홀리데이인 호텔체인에서도 호텔 창업자의 경륜을 잘 쓰지 못하고 이사회에서 싸움이 붙어서 창업자가 경쟁호텔을 차리게 되었고,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에서도 허연 수염으로 유명한 창업자 샌더스가 후임자의 경영방향이 싫어서 소송까지 갈 정도로 경영승계가 순조롭지 못했다.
왜 후임경영자들은 전임자들의 좋은 전통을 살리지 못하고 전임자들을 배척하려 할까. 이는 사실 기업에서만 보이는 게 아니라 최고경영자가 비교적 오래 경영을 하는 많은 사회 조직에서도 보인다. 미주한인사회에서 가장 드러난 조직인 교회의 목회자 승계 과정도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은 분명하다. 후임경영자의 불안감 때문이다. 전임자의 그늘이 너무 넓어서 자기의 활동이 드러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다. 특히 후임경영자의 성격이 불안한 경우에는 이것이 더 분명하게 된다. 그래서 후임경영자를 찾는 과정에서는 인품이 확실하고 분명한 이를 찾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아니면 교회의 경우에는 빌리 그래엄이나 다른 한국목회자들의 경우에서 보듯이 자기 자식을 시키게 되는데 그런 경우에도 불안과 배척의 어려움은 없어지지 않는다.
전임경영자의 가치를 인정하는 능력을 가진 후임자들은 거의 다 성공한 역사를 갖고 있다. 전임자들이 가진 엄청난 경험과 지혜를 자기 자신의 자산으로 쓸 수 있어야 훌륭한 경영자가 되는 것이다. 그 조직 자체가 경영자들 간의 순조로운 승계가 달성되도록 하는 안정된 조직들이 있는데 그런 전통을 조직문화의 수준까지 끌어올린 조직들은 그자체가 상당한 가치를 갖는다.
그리고 훌륭한 전임경영자들은 훌륭한 이사회가 그런 것처럼 조직과의 건강한 거리두기를 해야한다. 후임경영자와 잘 조정하지 않고 조직 중 하부의 사람들과 접촉 하거나 하는 것은 삼가야 조직이 흔들리지 않는다. 제대로 된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이종열 /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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