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플라자’ 노인아파트의 한인 입주 노인들이 이라크 주둔 미군들에게 보낼 위문편지를 쓰고 있다.<신효섭 기자>
한인 노인 80여명
이라크 미군에 위문편지
초코파이·사탕도 넣어
“그냥 군인 장병이라고 하는 게 낫겠지? 아저씨라고 하기에는 손자 같아서….”
지난 14일 유니언과 3가에 위치한 노인아파트 ‘스틸 플라자’(Steel Plaza). 이 아파트 1층 식당에서는 이날 입주자 80여명이 참석하는 이라크 주둔 미군 병사들에게 보내는 위문편지 쓰기 행사가 열렸다. 돋보기를 걸치지 않으면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오랜만에 써보는 위문편지가 싫지 않은 표정들이었다.
한글 문법과 표기법에 어긋나는 문장이지만, 편지지는 금세 정성이 가득 느껴지는 문장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사랑하는 우리 국군 장병님께, 나라와 민족을 위해 수고가 많습니다’로 첫 문장을 시작한 80세의 안성분 할머니는 “젊은이들이 남의 나라에 가서 얼마나 고생이 많겠느냐. 아무쪼록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왔으면 한다”고 애틋한 마음을 표시했다.
76세의 신경연 할머니는 편지 서두를 ‘Dear US Army’라고 능숙한 영어로 작성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교사였던 신 할머니는 “샌디에고에 가면 한국전에서 전사한 US ‘아미’(Army) 3만명의 묘비가 있는데 이들의 희생과 도움으로 오늘의 한국이 가능했다”며 편지 쓰기에 동참한 이유를 밝혔다.
27년 동안 해병대에서 군 생활을 하며 월남전에도 참전했다는 이도석(78) 할아버지는 “대열에서 이탈하지 말고 명령에 절대 복종하면 죽지 않는다”며 ‘군 선배’다운 충고를 편지에 담았다.
자녀들이 군 생활을 할 때 뒷바라지 하던 시절을 회고하는 할머니도 있었다. 자신을 ‘이 권사’라고 소개한 이모 할머니(80세)는 “아들 5형제가 모두 휴전선 근방에서 장교로 근무한 아들도 있고, 사병으로 근무한 아들도 있어 군인들의 심정을 잘 안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이렇게 쓴 편지는 초코파이, 매실사탕 등과 함께 이라크 라마디에 있는 해병 부대에 근무하는 한인 병사에게 전달돼 미군 병사들에게 골고루 나줘질 예정이다.
이날 위문편지 쓰기 행사는 이 노인아파트의 서비스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에밀리 토리호스의 주선으로 성사됐다.
토리호스는 “친한 친구의 동생이 이라크에 가서 위문편지를 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입주자들과 의견을 나눈 뒤 행사를 갖게 됐다”며 “세인트 빈센트 병원, 스마트 앤 파이널, 킹코스, 거스버거 등 여러 곳에서 도와줘 위문품도 함께 보낼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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