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빠짐없이 한인타운에서 모여 우의를 다져온 올드타이머 2세 한인들이 활짝 웃고 있다.
안창호선생 3남 등 이민 1세대 자녀들
15년째 타운서 모임“한인사의 산 증인”
“나날이 발전하는 한인타운을 보면서 우리 부모들의 노고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미주 한인 이민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한인 이민 1세대의 자손들이 15년째 한인타운에서 친목모임을 가지며 돈독한 우애를 다지고 있다.
12일 정오 코리아타운 플라자 푸드코트에서 만난 이들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었지만 미주 한인 커뮤니티의 원조라는 자부심이 가득한 ‘80대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1900년대 초반 미국으로 건너온 한인 이민 1세대의 후손들인 ‘올드타이머 2세’들로 2차 세계대전, 광복, 한국전쟁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직접 체험한 역사의 산 증인들이다.
지난 15년 동안 매달 둘째 화요일에 정기적으로 만나온 이 모임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3남인 랄프 안씨도 참가하고 있다.
1904년에 하와이로 이민 온 한상호씨의 아들 루터 한(78)씨는 “한인타운에 나올 때마다 길이 너무 많이 밀리는데 이는한인타운이 워낙 발전하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냐”며 “부모님들이 미국 땅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눈부시게 발전한 한인 커뮤니티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모임 내내 LPGA에서 활동 중인 미셸 위 선수의 부진 원인에 여념이 없던 레이먼 조(83), 폴 손(84)씨는 “요새는 한국 여자 골프선수들 보는 낙에 산다”며 “미셸 위 선수를 비롯해 한국 젊은이들이 미국 주류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조씨와 손씨 역시 1900년대 초반 하와이로 이민 온 한인 1세의 자녀들이다. 조씨는 “내가 모임에 나온지도 벌써 12년이 넘었는데 그 동안 회원 중 3분의 1은 세상을 떳다”고 말하고 “한인 커뮤니티의 역사가 우리와 함께 사라지지 않도록 젊은이들이 힘써달라”고 부탁했다.
모임에 30여분 늦게 나타나 회원들의 원성을 산 덕 손(83)씨는 “어젯밤에 짠 장아찌를 많이 먹고 잤다가 늦잠을 잤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놔 모임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손씨는 “이럴 때 안 웃으면 언제 웃겠냐”며 “모임에 나와 어릴 적 함께 자란 친구들을 만나 웃고 즐기노라면 한 달 동안 쌓인 근심과 걱정이 싹 사라진다”며 즐거워했다.
<심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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