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드러났지만 국경서 아무조치 안받아
당시 검사관 “너무 건강해 보여 그대로 통과시켰다”
국토안보부·연방의회 허술한 대처 집중 조사
감염 남성 공개 사과… 장인이 결핵 전문가로 밝혀져
치료약에 내성을 가진 희귀 결핵에 감염된 상태에서 신혼여행을 다녀 미국과 유럽 방역당국을 아연 긴장시켰던 애틀랜타 남성이 미국 재입국시 국경검문소에서 신원이 드러났으나 검사관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P 통신은 1일 익명을 요구한 수사 관계자들을 인용, 앤드루 스피커(31) 부부가 지난 24일 자신들의 이름이 ‘항공여행 금지자 명단’에 오른 사실을 알고 캐나다에서 승용차로 입국을 시도하다 뉴욕주 챔플린 국경 검문소에서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국경 검사관이 스피커의 여권을 컴퓨터에 입력하자 모니터에 그를 구류한 후 안전 마스크를 씌우고 보건당국에 즉각 신고하라는 경고문이 모니터에 떴다는 것. 그러나 검사관은 “스피커가 너무 건강해 보여 보건당국의 경고가 그의 상태를 파악한 후 필요한 경우에 한해 조치를 취하라는 뜻인 줄 알고 스피커 부부를 그대로 통과시켰다”고 해명했다.
국토안보부는 스피커가 국경을 통과한 경위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연방의회도 국경 수비대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허술한 대처에 대해 의회 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스피커는 1일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여객기 승객들을 위험에 노출시킨 데 대해 사과했다. 1963년 이후 처음으로 연방정부에 의해 강제 격리된 스피커는 “정말로 내가 다른 사람들을 위험하게 만들지 않는다고 믿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용서해주기 바랄 뿐”이라며 보건당국에서는 늘 “내 아내와 딸, 그리고 누구도 위험에 놓이지 않았고 내게 전염성이 없다”고 전해왔다고 주장했다. 개인상해 전문 변호사인 스피커는 또 CDC측은 여행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을 뿐 분명하게 금지하지는 않았다며 이를 증명하는 녹음 테입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CDC가 귀국하지 말고 로마 보건시설에 입원하라고 지시했을 때 외국에 버려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귀국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을 CDC가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CDC는 스피커 부부가 도망치기 전에 CDC 비행기 등을 통해 안전하게 귀국시킬 방안을 마련하고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또 스피커의 새 장인이 우연히도 CDC에서 32년동안 근무한 결핵 전문가인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CDC 결핵퇴치과의 로버트 쿡시는 자신이 사위의 결핵 감염사실을 연방보건당국에 보고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으나 사위가 자신이나 CDC 연구실을 통해서 감염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딸이 위험한 줄 알았다면 여행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위가 결핵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에게 장인으로서 충고를 해주었다고 말했다.
스피커가 입원한 덴버 소재 내셔널 유태인 병원연구센터의 찰스 데일리 전염병 국장은 스피커에게 기침이나 열 등의 증상이 없고 전염성이 낮다며 또 그가 결핵 초기에 있어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CDC는 검사 결과 스피커의 몸에 적은 양의 결핵 박테리아가 검출돼 전염성이 낮은 것으로 보이나 내성 결핵이 매우 위험한 질병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피커는 에모리 법대 3학년생으로 알려진 새라와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애틀랜타에서 파리를 거쳐 아테네로 날아갔고 결혼식 후에도 그리스 제도와 로마, 프라하, 몬트리올 등지를 돌아다녔다. 미국과 유럽 보건 당국은 특히 대서양 횡단 항공편에서 8시간 이상 스피커에 가까이 탑승했던 약 100명의 소재를 파악하고 감염여부를 확인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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