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파리와 파리가 아닌 것으로 나누어진다.” 프랑스인들이 프랑스가 어떤 나라인가를 설명할 때 즐겨 쓰는 표현이다. 기자는 처음에 이 말의 뜻이 파리가 프랑스적인 것을 대표한다는 것인 줄 알았다. 사실 외국인에게 ‘프랑스’와 ‘파리’는 거의 동의어로 느껴진다. 그러나 프랑스를 배낭여행 하면서 나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파리인들은 불친절하다. 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 중의 하나가 “즈망푸”(내가 알게 뭐야)라는 단어다. 영어로 물으면 못들은 척하고 불어로 대답한다는 항간의 이야기도 맞는 말이다. 한번은 호텔 종업원에게 공항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느냐고 물었더니 “에어 프랑스에 전화하면 알 수 있다”고 대답했다. 화가 치밀었으나 불어를 몰라 그냥 참았다.
그러나 그것이 프랑스인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파리를 벗어나자마자 느낄 수 있다. 프랑스의 소도시와 시골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다. 어떤 때는 너무 친절해 “이 사람 프랑스 사람 맞나?”하는 의심이 생길 정도다. 상인들은 영어를 하려고 애를 쓰며 길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으면 버스정류장까지 함께 가주기도 한다. 한두 번 겪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지방여행 하면서 여러 번 겪은 체험으로 하는 소리다.
몽생미셀에 가는 도중 내가 탄 기차에 어떤 여자가 투신자살하는 바람에 30분이나 연착했다. 몽생미셀에 가려면 렝이라는 도시에 내려 다시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마지막 버스를 놓치면 택시를 타고 2시간을 달려야 하므로 요금이 만만치가 않다.
역에 내려 한 중년 남자에게 몽생미셀 가는 버스를 물었더니 “나를 따라오라”면서 거의 뛰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빠져 나갔다. 그를 따라 역 앞 어느 골목에 다다르니까 이름도 없는 버스에 사람이 꽉 차 있는데 출발 직전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프랑스의 초특급 열차인 TGB(떼제베)가 시간을 어길 경우에는 열차 회사에서 전용버스를 손님에게 내주도록 되어 있는 모양이다. 프랑스 중년 남자는 기차를 타러 나왔다가 나를 안내해 준 셈인데 버스가 급히 떠나는 바람에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잔 다르크가 화형 당한 루앙이라는 도시에 갔을 때도 중년 여성으로부터 이와 비슷한 도움을 받았다. 길을 물으려면 역시 50세 이상 된 중년층이 적격인 것 같다.
파리장들은 모르는 사람에게는 미소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인들처럼 지나치면서 웃으면 좀 모자라는 사람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시골 사람들은 관광객에게 미소로 답한다. 한 가지 파리장이나 시골사람 모두 공통적인 것은 공공장소에서 유별나게 말을 조용조용히 한다는 사실이다. 프랑스인은 말은 많지만 조용하다. 이들은 특히 식당에서 떠드는 사람을 매우 싫어한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프랑스를 전국여행 해보면 파리인과 지방 사람이 너무나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음식 값도 너무나 다르고 저마다 특성이 강해 프랑스 요리가 어떤 것이라고 딱 잘라서 말하기 힘들다. 시골가게도 파리 상점 못지않게 화려하다. 프랑스는 루앙, 디종, 스트라스불그, 보르도, 니스, 말세이유 등 지방을 둘러봐야 프랑스의 그림이 잡힌다. 파리는 어떤 의미에서 가장 프랑스적이 아니다. 지방여행을 해보면 “프랑스는 파리와 파리 아닌 것으로 나누어진다”는 뜻이 무슨 말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철 / 이 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