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인 학생들도 많이 다니는 LA의 한 커뮤니티 대학의 카운슬러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에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커뮤니티 대학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아마 계속 오르는 4년제 대학의 등록금 때문에 학비를 절약할 수 있는 2년제 대학으로 몰리는 것 같다고 했다.
똑똑하고 현실에 밝은 이들 학생들은 2년 후 UC에 편입하기 위해서 우등반에 등록을 하고, 높은 평점을 유지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무난히 UC로 편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요즈음에 와서 편입 자격과는 한참 거리가 먼 학생들이 UC 특히 UCLA로 편입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부쩍 많아져서, 자기처럼 20년 경력의 베테런 카운슬러조차 어떻게 이런 학생들을 상담해 주어야 할지 난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며칠 전 사무실로 찾아온 학 학생에게 평점이 너무 낮아서 도저히 UC 편입이 어려우니, 경쟁이 낮은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할 것을 제안했는데, 학생이 부득부득 UCLA로 편입하겠다고 우기더란다. 상담자로서 어떤 경우에도 화를 내면 안 되는데, 하도 답답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학생 꼭 UC를 가야겠다고? 학생이 갈 수 있는 UC는 딱 한군데 있어. 바로 UCNW야.”
‘UC NO WHERE’를 가라는 얘기는 UC 아무 데도 못 간다는 얘기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학생들을 더러 만난다.
성적이 하위권인데도 다음 학년에는 대학 수준의 AP 과목을 서너 개씩 듣겠다는 학생들이나, 낙제과목이 여러 개 있어서 제때에 졸업할 수 없게 된 학생이 장래 희망으로 MIT에 진학해서 공학박사가 되겠다고 써낸 것이 그 예이다.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못했다고 장차 공학박사나 의학박사가 되지 말라는 법은 물론 없다.
학교 공부를 통해서 측정할 수 없는 창의력이 나중에야 활짝 펴서 인류 문화에 공헌한 위인들의 예가 많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을 가르쳤던 교사가 “이 학생은 장래 큰 일을 할 가능성은 없는 아이”라는 평가를 해서 후세에 웃음거리가 된 것이 한 예이다.
그러나 게으르거나 자기 훈련이 부족해서 좋지 않은 성적을 낸 학생들이, “학교 때에 별 볼일 없었던 학생이 나중에는 크게 된다“라는 속설을 내세워서 현재의 실패를 합리화하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해서, 나는 다음과 같이 쐐기를 박는다.
“얘, 네가 속으로는 아무리 비상한 능력을 소유했다 해도, 그 능력이 숫자를 통해서 밖으로 증명이 되지 않는 한, 사람들이 너를 인정해 줄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대학 입학만 해도, 심사원들이 지원자의 두뇌 속을 들여다보고, 장래의 가능성까지 예측할 수 있는 기계가 발명될 때까지는 별수 없이 성적을 통한 선별을 하는 수밖에 없고, 그러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된다는 거 아니겠니?” 결코 새로울 것이 없는 오래 오래 묵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사실 어른들도 자신의 능력과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서, 그에 알맞은 선택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아직 어른이 안 되어서 세상 경험이 없는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지도와 격려는, 자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 하거나 반대로 과소평가 하는 학생들 모두에게 필요하다.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향해서 마음껏 날아라’는 메시지와, ‘두 발을 땅에 굳게 딛고 현실에 도전하라’라는 메시지를 자신에게 알맞은 비율로 섞어서 적용하는 기술이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다.
김 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