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파리를 들렀다.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한 식당에 들렀더니 달라진 걸 알 수 있었다. 웨이터에게 영어로 얘기를 했다. 조심스럽게. 그랬더니 오히려 웨이터가 더 반색을 하는 표정이었다. 의외였다. 옛날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러나 이내 알 수 있었다. 그는 폴란드에서 온 사람이었다. 그러니 웨이터로서는 프랑스어보다 영어가 더 편했던 것이다…” 한 미국 작가가 프랑스를 방문하면서 전한 인상기다.
영어를 안다. 그냥 아는 정도가 아니다. 상당히 능숙하다. 그런데도 영어로 말을 걸면 못 알아듣는 시늉을 한다. 그게 프랑스인들이다.
프랑스적 예외라고 하나. 하여튼 유별나다. 그 유별난, 그래서 믿기지 않는 해프닝의 하나가 지난해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보여준 행동이다.
프랑스 출신인 유럽기업연합회 회장이 정상들 앞에서 연설을 하게 됐다. 그가 선택한 언어는 영어. 연설이 시작되자 시라크는 말을 막았다. 왜 프랑스어로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영어가 비즈니스 언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영어는 유럽연합의 공용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라크는 회의장을 나가버리고 말았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의 보도로, 프랑스적인 유별스러움을 꼬집고 있다.
매사 우리는 다르다는 걸 주장한다. 프랑스적 자존심의 발로다. 그게 그런데 지나칠 정도다. 세계화에 대한 태도도 그렇다. ‘자유시장경제와 세계화는 자유주의의 악덕이다’-. 많은 프랑스의 지성이라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세계화란 것은 사실이지 영미 모델의 음모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자유경제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보는 프랑스인은 소수에 불과하다. 36%로, 중국(74%), 러시아(48%)보다도 덜 자본주의적이다.
이 프랑스적 예외주의가 병을 불러왔다. 이름 하여 ‘프랑스병’이다. 그 병 증세를 가장 뚜렷이 보여주는 게 각종 경제지표다.
우선 GDP를 보자. 25년 전 프랑스의 1인당 GDP는 세계 8위였다. 그게 19위로 밀려났다. 실업률 역시 20년 이상 8%를 웃돈다. 그 가운데 청년 실업률은 22%가 넘는다. 거기다가 정부의 몸집은 자꾸 커져 GDP에서 정부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54%로, 세계 최고다.
일은 가급적 하지 않겠다. 그러면서 사회복지 혜택은 포기 않는다. 세계화는 배척하면서. 정치인들은 이 이율배반적인 정서를 파고든다. 그 결과 판치는 건 위선의 정치다. 병을 더 키워온 것이다.
이 프랑스병은 과연 치료될까. 세계의 이목은 이제 니콜라 사르코지에게 쏠려 있다. 그 병 치료의 주치의로 프랑스인들은 이 헝가리 이민자의 아들을 대통령으로 뽑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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