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학생들의 명문 사립대학 입학률이 저조하다는 지난달 나의 칼럼을 보시고 한 어머님이 전화를 주셨다. 봉사활동과 교내활동 등 똑같이 하는데 왜 한인 학생들이 하면 판에 박힌 것이고 타인종들이 하면 높은 점수를 주는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필시 한인 학생들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신다.
지난 번 버지니아텍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매스컴은 연일 사건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그 가족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연신 칼질을 해댔다. 한인타운의 언론들은 조심스럽게 타운의 반응을 주시하면서 주류 언론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주류 언론이 보는 한인들에 대한 시각에 따라 우리의 반응도 널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이 한인 학생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겐 충격이었지만 주류 언론들에게는 ‘한인들은 공부 밖에 모르고 일만 죽어라 한다’라는 일종의 편견에서 ‘이제는 동양 학생들도 더 이상 공부만 하지 않는다’라는 사회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도심지 공립 고교에서 혈기 왕성한 학생들과 매일 씨름을 하면서 학교 동료들은 그 사건이 한인 학생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청소년의 건전한 놀이문화의 부재, 부모들의 적극적인 학교 참여 부족, 그리고 여과 없이 난무하는 사회 제도들을 어떤 식으로든 규제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을 뿐이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영어도 못하고 먹고 사느라 바빠서’라고 결국 화살은 부모들이 감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생각하며 그 사건에 대한 언론과 세인들의 지나친 관심에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부모들은 명문 사립대에 대한 그들의 기대를 스스로 접으며 ‘그래도 다인종이 많이 섞인 UC가 만만하지 괜히 사립대학에 가서 기도 못 펴고 공부할 바에야’ 하면서 체념하실 때는 ‘사실 그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는 명문대학을 진학했다고 해서 더 이상 부모의 자랑거리가 될 수 없는 현실에 그들의 조바심은 높아만 가고 있을 뿐이다.
이런 부모들의 걱정과 달리 한인 학생들의 사립대학 입학률이 저조하다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은 좀 다르다. 한인 학생들의 꿈과 비전은 궁극적으로 남을 도와주며 행복하게 살고 싶은 생각은 남과 다를 바가 없지만 그 성취동기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학생이 왜 대학을 가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과 자신이 성인이 되면서 사회의 건전한 한 시민으로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동기가 부실하다. 옆에서 조금만 들이대면 쉽게 무너져 버린다.
대학에서 원하는 것은 그들의 비전을 특별한 곳에서 찾기보다는 학생이 공부하면서 할 수 있는 학교 내 활동이나 과외활동 등을 통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일부 한인 학생들의 활동은 하나의 해야 하는 선택과목처럼 느껴지고 또 무리를 해서라도 해야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을 채우기 위한 봉사활동이나 무리를 해가며 해야 하는 방학 프로그램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어디서 어떤 프로그램을 하던 학생 자신이 스스로 특별한 동기 부여를 하여 그곳에서 사회와의 강한 밀착감을 느끼고 사회와의 자연스런 연결고리를 찾으라는 것이 그들의 요지이다.
그래서 명문 사립대학에 대한 이런 부모들의 생각을 부채질하는 한인 언론들의 절제된 모습이 아쉽고 그들이 이끄는 건전한 여론 형성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결국 이런 언론 매체들이 한인 부모들에게 명문 사립대학을 부추기고 그 뒷감당까지도 도맡아야 하는 언론의 책임 역시도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일부 부모들의 유별난 관심과 기대에 따라 이러한 언론들이 어디까지 독자들의 만족을 채워주고 언론사 역시 그들의 사회적인 책임까지도 누구 하나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순전히 우리 모두의 책임이랄 수밖에 없다.
명문대학 입학 조건은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에게 맞는 최상의 선택임을 누구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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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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