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B” 친구들끼리 장난할 때 쓰이는 은어이다. 풀어 써보면 “Fresh Off Boat”인데 난민들이 배를 타고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비유하며 미국에 갓 온 학생들을 놀리는 식으로 쓰이는 표현이다. 하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모르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미국에 와서 적응하고 영어 배우랴 힘든데 다른 나라 사람들도 아닌 같은 핏줄인 한국학생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어야할 때 서러울 수도 있다.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조기유학이나 일찍 이민을 와서 중고등학교를 모두 미국에서 다닌 학생들의 경우와 달리 고등학교 때 미국에 온 학생들의 경우 2-3년 안에 모든 대학준비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처음에는 ESL부터 시작해야 하는 학생들이 미국에서 자라난 학생들도 어렵게 생각하는 SAT시험을 일이년 만에 봐야 하니 성적이 잘 나온다는 것은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한 자신의 처지를 괴로워하고 조금만 일찍 미국에 왔었더라도 하고 생각하는 아이들과 이를 지켜보는 입장의 부모들도 안타까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듯 힘들어하고 울상이 될 수밖에 없는 학생들에게도 아직 기회가 많이 있다. 그것은 편입이라는 제도이다.
한국의 대학 입시 제도에서는 좋은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재수는 필수라는 얘기가 있었다. 한번 들어가면 평생을 따라다니는 것이 대학인데 일이년 늦게 들어간다 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는 재수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물론 자신의 선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학을 미룰 수도 있겠지만 그 본질적인 이유는 다르다.
미국이 기회의 나라인 것은 분명하다. 어느 누구든 아이디어가 있고 희망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어떤 시점에서라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언제 미국에 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살아나갈 것인가를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바로 들어가기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가까이 있는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대학 편입을 준비하면 된다. 커뮤니티 칼리지에 가는 것이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 역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미국 생활을 시작하였으며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을 많이 보아왔다. UC로 편입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 생활을 열심히 해 아이비리그 대학원 및 최고 명문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등 성공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성공하는 학생들 역시 처음 미국에 도착했을 때는 놀림도 당하고 좌절감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캘리포니아만큼 커뮤니티 칼리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곳도 없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UC 편입에 필요한 과정들을 잘 이수한 학생들에게 UC로 편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고등학교 성적에 관계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이제 곧 대학 입학을 준비해야 되나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일단 주어진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하자. 해볼 만큼은 해봐야 한다. 마지막까지 SAT도 포기하지 말고 준비하며 학교 성적도 최선을 다해 잘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안 되었을 때 커뮤니티 칼리지는 대안이 될 것이다. 어느 시점에도 방법은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다음에는 UC편입의 입학률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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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석 <하버드대 물리학 박사, 아이비드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