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람들
타운을 지킨 이 - 조인하 전 한인회장
4.29폭동 역사는 이들의 희생적인 활동을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식 있는 사람들은 폭동이 발생, 암흑으로 변해 버린 사우스센트럴 LA지역을 자발적으로 찾아 갔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이들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이곳 한인 업소들을 위해 지킴이 역할을 자처했던 사람들이었다.
“한인업소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해병대 회원들과 무작정 뛰어들어
폭도들과 거리는 10여미터에 불과”
후에 방범단 결성 ‘타운 지킴이’도
LA 한인회장을 지냈던 조인하씨는 “총상은 다 나았지만 마음의 상흔은 아직도 남아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폭동 발생일이 다가올 때마다 “무고한 많은 한인들이 폭동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시련을 겪은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씨를 비롯해 20여명의 해병대 출신 재향군인 미서부 지역 회원들은 폭동 당일 5대의 차량에 분승, 사우스센트럴 LA를 찾았다.
이들은 많은 업소가 화염에 휩싸이는 등 순식간에 황폐화된 현장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던 한인 업주들을 안전하게 빠져 나오게 하고 폭도들의 업소 약탈을 몸으로 저지하는 등 인상적인 활동을 펼쳤다.
조씨는 이날 오후 3시께 다른 서너 명의 회원들과 함께 옥스포드와 베니스 인근으로 차를 몰았다. 폭도들이 지금은 문을 닫았으나 당시 이곳에 위치해 있던 김스TV 창고를 털려고 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었다. 창고에는 200만~300만달러의 가전제품이 쌓여 있었다.
이들은 50여명의 폭도들이 창고 철문을 때려 부수는 모습에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 집니다.”
조씨는 그곳에서 폭도들과 총격전을 벌였다. “나는 그들을 쫓아내기 위해 공포탄을 쏘았습니다. 그들은 나를 죽이기 위해 나를 향해 총을 쐈습니다.”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총을 쏜 거리는불과 10여발자국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서 발목과 허벅지에 총상을 입었다. 하지만 담당 의사의 말처럼 총알이 기적적으로 뼈나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 관통하는 바람에 그의 총상은 완전히 치유됐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 수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겼던 그는 “총상을 입었지만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다만 여기서 쓰려지면 창고가 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폭동 현장에 뛰어들었던 회원들은 한인들을 돕겠다는 순수한 열정만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들 가운데 사우스센트럴 LA에서 업소를 운영하고 있었던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은 이를 입증한다.
그는 “역사는 한인 폭동 피해자들을 돕겠다는 마음만으로 폭동 현장을 찾아갔던 해병대 출신 재향군인회 회원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폭동의 잔인함을 직접 목격한 후 ‘우리의 삶의 터전’ LA 한인타운을 지켜야겠다는 일념 하에 1993년 2월 태극 순찰 방범단을 결성했으며 방범단은 1998년 3월까지 타운 치안유지에 일조했다.
조인하씨가 총상을 입었던 옥스포드와 베니스 인근 현장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이승관 기자>
<떠난 이 - 주성호씨>
“폭동과 한-흑갈등은 무관 한인들은 그냥 피해자일뿐”
4.29폭동 피해자 주성호씨는 더 이상 폭동에 대해 말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폭동이 한인과 흑인 커뮤니티간의 갈등으로 일어난 것처럼 고착돼 가는 시각에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폭동은 분명히 삶의 희망을 잃어가고 있던 흑인들이 경찰관들의 로드니 킹 구타사건을 계기로 사회에 분노를 표출한 사건입니다. 한인 폭동 피해자들은 우연히 폭동이 일어난 흑인 밀집거주 지역 사우스센트럴 LA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주성호씨는 폭동은 한·흑 갈등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천규 기자>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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