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배고프면 와서 먹을 수 있는 식당. 음식 값은 각자 형편에 따라 내면 되는 식당. 돈이 없으면 대신 설거지를 하면 되는 식당. 그래서 모두가 한 식구 같은 식당. 그런 식당이 콜로라도 덴버에 있다. 서른 갓 넘은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SAME(So All May Eat) 카페, ‘누구나 같이 먹는’ 카페이다.
돈 없어도 먹을 수 있는 덴버의 SAME 카페
계산대 없고 기부함만 있는 식당
손님들 형편 따라 돈 내거나 일 돕거나
<돈 없는 사람도 손님 대접 받으며 먹을 수 있는 SAME 카페. 계산대가 없고 모금함만 있어서 식사 후 형편껏 돈을 낸다. 돈이 없으면 식당일을 도우면 된다>
컴퓨터 컨설턴트인 브래드 버키(31)와 초등학교 영재교사인 리비(30) 부부가 덴버의 한 허름한 길거리에 식당을 연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다. 쿵푸 가라데 도장, 구세군 중고 물건가게, 리커 스토어 등이 늘어선 옆에 조그만 식당을 낸 후 이들 부부는 그동안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 전혀 모른다. 혹은 식당에서 닭고기 칠리나 유기농 피자를 먹은 후 손님들이 음식 값으로 얼마를 내는지도 모른다.
음식 값이나 수익 - 그런 건 SAME 카페에서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누구나 같이 먹는다’는 식당의 철학이 중요할 뿐이다.
리비와 브래드 부부는 여러 해 동안 무료 급식소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그러다 보니 돈 없는 사람들, 홈리스들이라고 늘 이렇게 배를 채워야 하는 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료 급식소에 가면 사람들은 길게 줄을 늘어서서 음식을 배급받아야 하고, 메뉴 또한 그 주에 기부 받은 식품에 따라 정해져서 한꺼번에 대량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을 뿐이다.
이들 부부는 사람들이 신선하고 제대로 된 음식을 진짜 식당에서 먹게 하고 싶었다. 단 계산대가 없는 식당이다.
손님들이 오면 이들은 말한다 - 적당하다 싶은 만큼 돈을 내세요. 형편 닿는 만큼 돈을 내세요. 여유가 있으면 좀 넉넉하게 모금함에 넣으면 좋겠네요.
이 식당에서는 돈이 없다고 움츠러들 필요도 없다. 설거지를 하거나, 양파를 썰거나 조리를 돕거나 무엇이든 몸으로 때우면 된다.
이들이 만약 식당을 운영하는 대신 음식 재료비를 그대로 홈리스 보호소에 기부하면 아마도 더 많은 사람들의 배를 채우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포인트가 아니라고 리비는 말한다.
“먹을 것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홈리스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은 일반 손님들 같은 관심과 배려를 거의 받지 못해요. 여기서는 누가 오든 맞아주고 서로 눈을 맞추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른 손님들과 똑같이 귀하게 대접을 받지요. 그래서 이 식당을 하는 겁니다”
은행가들도 오고, 학생들도 오고, 노숙하는 여성들도 오고, 그래서 모두가 가슴을 열고 대화를 하고 친교를 나누는 공동체를 그들은 이 식당에서 이루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무리 뜻이 좋아도 요리를 싫어한다면 애초에 식당을 시작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식당 아이디어’는 배고픈 사람들도 돕고 요리에 대한 브래드의 열정도 살릴 겸 고안되었다. 이들이 계획을 말하자 친구들은 모두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브래드는 온라인으로 중고 식당 설비들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우선 자동차 납부금을 모두 갚았다. 완전히 파산할 경우 자기들 이름으로 된 소유물 하나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는 재정 플랜을 짜기 시작했고, 식당 할 만한 장소들을 알아보았지만 건물주들은 번번이 퇴짜를 놓았다.
그래서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는 ‘원 월드 카페’(One World Cafe)를 예로 들며 건물주를 설득했다. ‘원 월드 카페’는 2003년에 개업해 누구든 낼 수 있는 만큼 돈을 내라는 철학으로 유기농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이다. 버키 부부는 그 식당 창업주인 드니스 세레타의 조언을 받으며 비영리기관 등록을 하고 이사회를 만드는 등 개업 준비를 했다.
6개월 전 문을 연 식당은 자그마하다. 테이블 7개와 비좁은 부엌이 전부이다. 그래도 밝은 노란색 내부가 아늑하고 테이블 마다 놓인 오렌지색 실크 데이지 화병이 손님들을 반긴다.
브래드의 희망은 조만간 식당운영으로만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리비의 교사 월급과 브래드의 파트타임 컨설팅 수입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일하는 사람이 부부 뿐이기 때문에 식당은 일주일에 5일만 문을 연다. 화요일부터 목요일은 점심시간, 금요일과 일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손님을 받는다. 메뉴는 매일 스프 2가지, 샐러드 2가지, 피자 2가지로 간단하지만 브래드는 매일 메뉴를 바꾸고 신선한 제철 재료들을 쓴다.
리비는 디저트 담당.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설탕 쿠키, 브라우니, 과일 타트, 치즈 케익 혹은 바나나 사우어크림 파이 등이 주 메뉴이다.
음식을 버리는 일이 없도록 음식량은 손님들 각자가 정하는 것도 이 식당의 특징. 각자 먹을 만큼씩 가져다 먹고 더 필요하면 얼마든지 더 먹을 수가 있다.
<식당 주인인 브래드 버키(가운데)와 리비(왼쪽) 부부>
손님들은 음식이 신선한 유기농식이라서도 좋지만 그와 함께 “남들을 돕는 이 부부를 내가 또 돕는다는 느낌 때문”에 자주 식당을 찾는다. 예를 들어 밥 구드리치(64)는 부인과 함께 매주 서너번씩 이 식당에 오는데 한번 식사 때마다 15달러도 내고, 20달러도 내며, 돈이 없을 때는 5달러도 낸다.
“점심식사 하러 친구 집에 오는 기분”이라고 그는 말한다.
버키 부부는 모두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배경으로 자라났다. 하지만 현재는 아무 교회에도 나가지 않는다. 누구나 와서 먹고 대화하고 친교를 나눌 수 있는 “이곳이 우리의 교회”라고 그들은 말한다.
<기아 해결위한신개념 식당>
누구나 식탁에 둘러앉을 수 있는 식당, SAME 카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웹사이트(http:// www.soallmayeat.org)를 방문해보면 된다.
SAME 카페는 배고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작은 방식이라고 소개한다. 카페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심해지는 기아 문제를 없애기 위해 2006년 4월 비영리 기구로 창설되었다.
이 카페는 정해진 메뉴도 정해진 음식가격도 없는 것이 특징. 그날의 메뉴는 신선한 유기농 재료에 따라 정해지고, 운영자금은 고객들의 기부금으로 충당된다. 식당에는 계산대가 없는 대신 기부함이 있어서 각자 음식 값으로 적당하다 싶은 액수, 혹은 덜 가진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는 심정으로 조금 더 놓고 가면 된다.
식사를 했는데 기부할 돈이 충분치 않으면 완전한 한끼 식사 당 식당에서 한시간 동안 일을 해주면 감사하다고 식당측은 제안한다.
덴버에 갈 일이 있다면 한번쯤 방문해볼 만한 식당이다. 주소는 2023 E. Colfax Ave., Denver, CO 80206, 전화번호는 (720) 530-6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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