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속속 귀환.23일 수업재개
추모 발길 `북적’.장례절차 이어져
(블랙스버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 버지니아공대가 23일 오전 `침묵 추도식’을 연 뒤 곧바로 수업을 재개키로 하는 등 총격사건의 악몽을 딛고 치유.화합을 위해 적극 나서면서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
총기사건 직후 캠퍼스를 떠났던 학생들도 속속 돌아오고 있으며, 희생자들의 대한 장례식도 가족과 동료 교수, 학생들의 오열 속에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 학생들 속속 귀환 = 학교측이 총기참사의 충격을 극복하고 교내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가운데 학생들도 속속 학교 기숙사로 모여들고 있다.
이는 학교측이 23일부터 수업재개 방침을 밝히면서 교무처장 명의의 이메일을 통해 학생들은 남은 학사일정 등을 위해 수업에 빠짐없이 참석해달라고 부탁한 데 따른 것이다.
학생들은 첫 수업에서 강의보다는 이번 참사와 남은 학사일정 등에 대해 다양한 토론을 벌일 예정이며, 학생회를 비롯해 각종 동아리 단위에서 향후 수습방안에 대해 의견수렴 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학교당국도 23일 수업재개에 앞서 `침묵의 추도식’에 상당수 교직원과 학생들이 참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측은 학생들이 아직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정상적인 강의가 이뤄지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치렀던 시험 및 리포트 제출 등으로 학점을 인정해주거나 추가적인 리포트 제출 등 학생들이 원하는 선택방안을 최대한 존중해주기로 했다.
◇ 희생자 추모 발길 `북적’ = 참사현장인 노리스홀(공학관) 앞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 격인 추모소에는 휴일인 22일에도 이 대학 동문들과 예배를 마치고 가족 단위로 참사 희생자들을 찾으려는 추모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추모소에는 여전히 장미와 국화 등 조화(弔花)와 촛불, 성조기, 인형 등 각종 기념품 등이 가득 메워져있었지만,추도 메시지는 `렛츠 고 호키(Hokie.버지니아공대 상징물)’ 등 슬픔과 애도보다는 치유와 화합, 미래에 맞춰져 있었다.
또 `우리는 스티거 총장을 지지한다(We Support Pres. Steger)’라고 쓰인 동문들의 메시지가 여기저기에 눈에 띄기도 했다.
특히 추도객들은 참사 장본인 조승희씨의 추모석을 찾아 둘러보기도 했으며, 일부는 사진을 찍고 조씨를 위한 추도문을 찬찬히 읽어보는 등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추모소 앞에 위치한 노리스홀은 노란색 경찰 저지선이 둘러쳐진 채 경찰의 감시 아래 쓰레기 봉지와 박스 4~5개만 밖에 방치돼있는 등 을씨년하게 서있었다. 일부 학생들과 추모객들은 노리스홀을 한동안 응시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희생자 장례식 이어져 = 아직 공식 수사결과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참사 희생자들의 시신이 가족들에게 모두 넘겨진 가운데 희생자들의 장례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상당수 유가족들은 시신을 넘겨받아 고향으로 내려갔으며, 희생자 고향에서 추모예배와 함께 개별적으로 조촐하게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 이스라엘 중부도시 란나나에서 나치의 대학살을 모면한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였다가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리비우 리브레스쿠 교수의 장례식이 전통적인 유대인 방식으로 거행됐다.
또 희생자 중 처음으로 캐빈 그라나타 교수(45.기계공학)의 영결식이 블랙스버그 장로교회에서 열렸으며, 다음날에는 토목.환경공학과 로가나탄 교수의 장례식이 많은 한국인 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이날 장례식에는 총격사건으로 부상을 입은 대학원생 박창민씨가 오른손에 깁스를 한 채 참석해 스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영접하기도 했다.
◇ 지역사회도 치유.화합 나서 = 21일 블랙스버그에서 백인과 흑인, 한국인 목사들이 공동 참여해 총기참사로 희생된 젊은 학생들의 명복을 기원하는 추모예배를 열어 눈길을 모았다.
`단합을 위한 예배(Service of Solidarity)’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공동예배는 세인트 폴 아프리카 감리교회 글렌 오어 목사가 주창했으며, 블랙스버그 연합감리교회에서 주최해 열리게 된 것.
이들은 이날 예배에서 모든 (인종적) 장벽을 거둬내고 공동체로서 서로 협심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번 사건의 치유를 위해 모든 사람들이 함께 나서자고 강조했다.
또 블랙스버그를 위시한 버지니아주 일부 지역에서는 희생자를 위한 성금모금에 나서는 등 총기참사 치유를 위한 발걸음을 가속화하고 있다.
버지니아공대 한인 학생회도 조만간 학교신문 등을 통해 추도성명을 게재하고 한인사회에서 거둬진 성금을 학교측에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취재진 대거 철수 = 사건 당일부터 캠퍼스에 진을 치고 있던 미국의 유수 신문.방송 취재진들이 사건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21일부터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학교측은 직.간접적으로 교내 정상화를 위해 수업이 재개될 경우 교실에 대한 언론의 접근 통제, 과도한 취재 자제 등 `언론 협조사항’을 주문했으며, 그동안 동문회관에 마련해왔던 미디어센터도 22일자로 폐쇄했다.
이와 관련, 이 대학 학생회는 성명을 통해 학교 정상화를 위해 그동안 학교 내 상주했던 언론사 취재진은 23일 오전 5시까지 캠퍼스에서 철수해달라면서 앞으로 미디어와의 접촉과 인터뷰 등을 사절한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지가 전했다.
실제로 캠퍼스 내 각 건물에는 `언론의 접근을 통제한다’는 팻말이 붙어있으며, 교직원이나 학생들은 추가적인 언론 인터뷰나 취재진의 접근에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주변 레스토랑.술집 활기 = 총기참사로 인해 버지니아공대가 위치한 블랙스버그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언론사 취재진과 추모객들이 몰려들면서 블랙스버그는 물론 인근 도시까지 호텔과 여관 예약이 밀려 방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특히 21일 저녁에는 학생들이 속속 돌아오면서 시내 레스토랑과 술집 등도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으며, 동문들과 추모객들이 버지니아공대 상징인 적갈색과 오렌지색 T-셔츠와 기념품 등을 구입하면서 기념품 가게도 때아닌 특수(特需)를 누렸다.
한 레스토랑 관계자는 총기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내 전체가 잔뜩 움츠려들었는데 이제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나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면서 이제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버지니아공대가 위치한 블랙스버그는 인구가 3만명으로 이 가운데 학생 수가 2만5천여명인 전형적인 대학타운이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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